노면 처지고 강판 뒤틀려 교통 전면 통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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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4일 오전 9시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왕복 8차로의 자동차 전용도로가 수백 대의 차량들로 주차장으로 변했다. 곳곳에서 “빵빵”하는 경적이 시끄럽게 울렸다. 중동 나들목(IC)을 통해 부천시로 진입하거나 인천·서울 방향으로 가려는 차량들이다. 전날 밤 화재 직후 중동 나들목의 차량 통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일산에서 부천·중동 방향은 물론, 시흥에서 중동으로 가는 반대 방향도 5㎞ 구간을 차량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중동 나들목과 연결된 경인고속도로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서운 분기점에서 서울·인천 양방향으로 3∼5㎞에 걸쳐 차량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특히 중동 나들목은 진·출입을 시도하는 차량과 유턴하려는 차량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장수·송내·계양 나들목 등 주변까지 정체가 확산됐다.

14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 나들목 부근 고가도로 화재 현장에서 경찰이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 이 부근 고속도로의 통행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군포시에서 부천으로 출근하는 김영석(36)씨는 “평소에는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를 오늘은 한 시간째 도로에 묶여 있다”며 “아침에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계속된 교통체증의 원인은 전날 일어난 화재 때문이다. 13일 오후 10시45분쯤 외곽순환도로 중동 나들목 고가도로 아래에 주차된 25t 탱크로리 유조차에서 불이 났다. 불은 2시간 만인 14일 0시40분쯤 꺼졌지만 고가도로 아래 주차된 차량 38대와 굴착기 1대, 컨테이너 8동을 태웠다. 불길이 치솟으면서 외곽순환고속도로 방음벽과 도로 하부 철골로까지 옮겨붙어 방음벽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타 버렸다. 경찰은 피해액을 13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로공사와 경찰은 화재가 발생하자 외곽순환도로 중동 나들목에서 판교·일산 양방향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장수나들목에서 일산 방향, 계양나들목에서는 판교 방향으로 진입을 통제했다. 화재로 도로 노면 일부가 처지고 고가도로의 상판을 받치고 있는 철제 강판이 뒤틀려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로공사는 교량 피해현황을 조사하고 안전진단을 실시한 뒤 문제가 없을 경우 소통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르면 16일 통행이 재개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는 평소 이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우회 국도를 이용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부천원미경찰서 한춘복 서장은 “목격자 진술 등으로 볼 때 일단 방화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은 유조차의 유압 펌프 부분에서 시작됐고, 유조차의 기름 유출이 화재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당시 유조차 안에 있던 운전자 송모(38)씨를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부천시는 장애인 단체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화재가 발생한 장소를 불법으로 차지한 뒤 차고지로 재임대한 사실을 확인했다.

부천=최모란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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