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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심 강의와 기업 실습 … 문과 학생들도 신청 몰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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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캠퍼스 학연산클러스트 주사전자현미경실에서 학생들이 산화알루미늄을 관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최명헌 기자]


“중앙의 1마이크로미터(백만분의 1미터를 나타내는 작은 단위) 크기의 큰 덩어리 주변에 0.05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작은 조각들이 붙어 있는 게 보이지?” 지난 8일 한양대 ERICA캠퍼스내 학연산클러스트지원센터 주사전자현미경실에선 이해녕(26)·진상현(25)·김동현(28)씨 등 3명이 4학년 전공심화과목인 재료물성분석 실험실습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김두한(28) 조교의 설명을 들으며 산화알루미늄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사례 중심 강의 듣고 현장실습으로 몸에 익혀

학연산클러스트지원센터는 ERICA캠퍼스 학생들이 가장 자주 찾는 실험·연구 공간이다. 전자현미경은 물론 엔진동력계 등 고가의 실험장비가 들어선 이 곳은 캠퍼스에 입주해 있는 LG이노텍·경기테크노파크 등 150여 개 기업과 연구소 직원들도 즐겨 찾는다. 안산 지역 중소기업에게도 고가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 개방했다. 학(대학)·연(연구소)·산(기업)이 힘을 합쳐 이뤄낸 협력모델의 심장이다.

학연산클러스트는 지방 캠퍼스로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2003년부터 시작됐다. 한양대는 10만평의 학교부지를 기업과 연구소에 무상제공 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며 기업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2003년 경기테크노파크, 2004년 한국산업기술시험원, 2006년 LG이노텍과 LG소재부품연구소 등 기업과 연구소가 대학 내에 들어서는 등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2004년엔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350억 원의 지원금을 투자, 현재 150여 개의 기업과 연구소가 한 곳에 밀집된 클러스트가 됐다.

클러스트가 조성되고 학연산간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정착되자 학교수업도 변했다.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단장 김우승(54·기계공학) 교수는 “연구소·기업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현장에 적용중인 경영기법과 사례를 중심으로 한 교육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현장 실무형 인재’를 육성하는 학연산클러스트 교육프로그램이다. 6시그마 그린벨트 인증과정, 실용트리즈, EMC측정기술 등 현장중심 실무교육 강좌들이 개설됐다. 매 방학 땐 국내·외 기업에 현장실습도 나간다. 올해 여름방학 현장실습엔 120여 개 기업에 340여 명이 참가했을 정도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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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개 과목에 2194명 수강, 학교 전체로 퍼져

학연산클러스트 교육프로그램 참여율은 매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총 34개 과목에 2194명의 학생들이 수강했다. 김용민(25·전자시스템공학과 3)씨는 “6시그마 교육과정은 수료 후 자격증 합격률이 80%에 이를 정도”라며 “기업경영의 최근 경향과 현장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다”고 인기 비결을 말했다. 문과학생들의 교육참여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8년 2학기부터 2009년까지 경상·국제문화·언론정보·디자인 대학의 학생 중 566명이 교육에 참여했다. 김현지(25·여·일본언어문화학과 4)씨는 “연구소 전문연구원이 기업경영사례를 풍부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경영 관련 과목들은 문과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캡스톤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도 인기다. 공대생 전원이 3~4명씩팀을 이뤄 조별 아이디어를 발명·특허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특허출원에 대한 교육과 변리사 면담 등 학교 측의 지원도 이뤄진다. 김 교수는 “이론과 지식만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기획·발명 단계를 거치며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활용능력을 익힐 수 있다”고 장점을 꼽았다. 실제 학생들의 작품 중 40여 건 이상이 특허로 출원됐다. 오진욱(24·전사시스템공학과 3)씨는 2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3D입체영상 구현이 가능한 전자칠판을 캡스톤 디자인 작품으로 준비 중이다. 오씨는 “캡스톤 디자인 교육과정은 공대생들의 축제”라며 “이런 실험·연구 경험이 쌓여야 공대생으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필요성을 얘기했다.

한양대는 학연산클러스트 사업으로 지난 해 7월 2단계 산학협력중심대학에도 뽑혔다. 이에 따라 2013까지 총 120억 원을 추가로 지원받아 학연산클러스트를 더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도 졸업평점, 외국어성적 등의 이수기준을 포함한 교육인증제도로 발전시키고 있다. 인증결과에 객관성을 부여해 기업으로부터 신뢰도를 더 높여가기 위해서다.

글=정현진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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