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보다 직업학교 택한 한국항공전문학교 졸업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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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재능을 발견하고 계발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직업학교를 찾은 젊은이들이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적성을 시험해본 뒤 필요한 학업을 선택하는 것이 진로를 개척하는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학보다 직업학교를 먼저 택해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고 있는 한국항공전문학교 졸업생들을 만났다.

“전문학교가 흥미·적성 발견하도록 도와줘”

이보라(22·여)씨는 숙명여대대학원 홍보광고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졸업논문을 쓰면서 광고기획분야로 취업을 알아보는 중이다. 이씨가 대학원 신입생 선발 면접을 볼 때다.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겨 대학원에 지원한 이씨를 보고 교수들이 학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물었다. 그는 2년 만에 학사학위를 받은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학업 열정을 보여주기 위해 유통관리사와 텔레마케팅 자격증을 딴 경험도 소개했다.

이씨는 직업학교인 한국항공전문학교의 학점은행제도를 이용했다. 학점은행제는 대학이 아니어도 각종 교육훈련기관에서 이수한 학습경험과 자격증으로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평생학습제도다. 수능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 재수를 고민하던 당시 이를 알게 돼 한국항공전문학교 항공경영학과에 지원했다.

대학에서 4년 동안 딸 학점을 2년 만에 따야 해 방학 때도 수업을 계속 들었다. 매일 오후 4시까지 수업을 듣고 밤엔 과제를 하는 등 고3 수험생과 같은 생활을 자청했다.“대학 졸업생에 비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소릴 듣지 않으려고 복습까지 했어요.” 경영학 과목 중 하나인 광고마케팅에 흥미가 끌린 그는 더 깊이 공부하려고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광고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뒤 박사학위를 따려고요. 대학간판과 학위보다 내 적성과 진로를 찾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직업전문학교가 제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줬어요.”

“미래엔 명패보다 능력이 더 대접받는 사회 될것”

김현서(25·여)씨는 이씨와 반대의 경우다. 대학에 들어간 뒤 뒤늦게 적성을 발견해 진로를 바꿨다. 대학을 자퇴하고 2년 전 한국항공전문학교에 입학했다. 지금은 대한항공 스튜어디스에 합격해 연말 입사를 앞두고 있다. 올 여름 대한항공 스튜어디스가 되기 위한 기초교육을 마쳤다.

김씨는 입사면접 때를 떠올렸다. 그는 “대학을 그만뒀는데 후회하지 않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오히려 즐겁다”고 말했다.

김씨는 숙명여대 음대에 다니던 중 뉴욕으로 어학 연수를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스튜어디스의 모습을 보고 진로를 바꾸게 됐다. 그러나 부모는 그 동안 들인 음악 교육기간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걱정하며 딸의 생각을 반대했었다. 한동안 김씨는 대학을 그만 둔 사실을 숨기고 등교하는 척 집을 나와 스튜어디스 수업을 받았다.

“대학이란 이력을 버린다는 게 쉽진 않았어요. 직업전문학교가 발달한 선진국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었죠. 미래엔 명패보다 능력이 더 대접받는 사회가 될거라고 말이에요.

올 여름엔 항공사의 비행안전교육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휴가도 안 가고 전력을 다했다. 하루 2~3시간만 자며 수업내용을 복습하고 몸에 익혔다. 김씨는 “나중에 스튜어디스 생활을 마치고 나면 내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의 진로 방향을 찾아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잘하는 것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대한항공 국제선에서 스튜어디스로 일하고 있는 김현지(21·여)씨도 대학 입학을 앞두고 진로를 바꿨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려던 계획을 접고 비행기 승무원의 길을 택했다. 대학 지원서까지 다 써놓은 상태였다. 그러다 문득 “남에게 서비스를 할 때 내가 가장 즐겁고 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로를 바꿨다. 인터넷으로 항공운항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들을 비교하며 입학할 학교를 찾았다.

주변에선 이런 김씨를 만류했다. 대학 입학을 포기하는 건 무모한 생각이라며 말렸다. 키가 작아 불합격될 거라고도 했다. 그래서 한국항공전문학교에 들어가면서 비서학과를 전공했다. 그러나 비행기 승무원의 꿈을 접을 수 없었다. 항공운항 관련 과목을 이수하면서 꿈을 키웠다. 그리고 첫 선발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승무원 현장 실습 중에 받은 칭찬상 덕에 우수 사원으로도 뽑혔다. 한 탑승객의 일방적인 불만 토로에도 끝까지 웃으며 응해 고객에게서 칭찬쪽지를 받게 된 것이다. “신입사원 선발면접 때 말도 잘 못하고 외모도 다른 사람보다 못한 것 같아 의기소침했었어요. 그래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설명]또래보다 2년 빨리 대학원에 진학해 홍보광고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보라(앞줄 가운데)씨가 모교인 한국항공전문학교에서 국내 처음으로 개설한 비행안전센터를 찾아 후배들과 진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항공전문학교=운항·정비·비서·경영·물류·보안·비파괴검사 등 항공관련 학과로 구성됐다. 실무실습 중심의 교육시설과 프로그램이 자랑이다. 국내 교육기관 중 처음으로 수영장을 갖춘 비행안전센터를 갖춰 보안검색에서 비상 탈출까지 모든 항공업무를 실습할 수 있다. 국내 항공사도 이 곳을 빌려 자사 승무원을 교육할 정도다. 김포와 제주를 오가는 전세기에서 승무원 실습을 한다. 비행기·헬기를 분해·조립하는 용인 정비실습장은 국가공인자격시험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해마다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예비승무원대회와 승무원체험교실도 열고 있다.

정시전형 일정=12월 20일~2011년 1월 13일 ▶ 상담문의=02-925-0037, www.kac.ac.kr

<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사진=한국항공전문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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