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것이 일본 만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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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일본 만화다〉는 일본 만화와 일본 만화 산업에 대한 치밀하면서도 재미있는 일본 만화론이다.

일본 문화의 개방에 대한 그 간의 공방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미 우리에게 가장 폭넓게 수용된 장르가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어린 시절 무심코 즐겨 보았던 만화책과 TV만화영화가 일본 작품이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이미 일찍이 우리곁에 침투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우리 대중문화에 깊숙이 뿌리내려 가고 있는 일본만화의 실체는 도대체 무엇이며, '오타쿠'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일본 만화의 무엇이 팰들을 그렇게 열광시키는가?

이 책은 일본 만화에 대한 저자의 16년 동안의 치밀한 연구와 정확하고 방대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싀어진 만큼 일본 만화를 속깊이 드리여다보는 데 손색이 없는 책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일본 만화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할 뿐만 아니라 만화 매체가 가진 잠재력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일본 만화라고 하면 외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유해 만화의 대명사로 생각해 왔다. 이 책은 만화의 예술적인 면과 독특한 개성을 잘 살려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어 냄을로써 만화 문화를 발전시켰고;, 일본을 세계적인 만화의 중심지로 자리잡게 한 수많은 작가와 편집자를 소개함을써 일본 만화에 대한 오해를 풀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도 사회 문제가 된 만화의 외설성과 폭력성을 일본 사회는 어떻게 풀어 나갔는지 흥미있게 다루고 있다. 아울러 만화 산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일본 만화의 특성과 함께 고도로 세분화된 장르와 독자층을 가지고 거대 일본 만화 산업의 기폭제가 되어 만화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 준 잡지들을 다루고 있다.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상품에서 더 나아간 미래의 만화 관련 산업들들 예고하고 있고, 내용뿌만 아니라 형식면에서도 영화나 소설과 같은 다른 장르와의 활발한 매체 혼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화의 실험장으로서의 일본 만화의 현 주소를 보여 준다.

만화 산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우리의 만화 시장에서 이 책을 통해 만화라는 매체의 잠재력을 확인하는 일은 의미있는 일일 것이며, '겉칠 말'과 '속마음'이 다른 일본 사회의 모습을 작가의 내면 세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만화라는 자유로운 형식의 매체를 빌어 이해한다는 것 또한 어떤 일본 대중문화서보다 흥미로울 것이다.

※ 이 책의 저자 프레드릭 L. 쇼트는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어를 막힘없이 구사하며 일본 문화에 조예가 깊은 일본통이다. 70년대 국제기독교대학 유학중 일본 만화에 매력을 느끼게 되어 현재까지 전공의 하나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고 데즈카 오사무와 각별히 친했고,1983년 일본만화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제2회 망가 오스카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Manga! Manga! World of Japanese Comics〉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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