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골프 상금왕 김경태 “내 가능성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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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본 남자 프로골프 투어에서 한국인 첫 상금왕에 오른 김경태가 5일 상금왕 축하 보드를 치켜들고 활짝 웃고 있다. 시즌 3승과 함께 총 1억8110만 엔(약 24억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도쿄 AFP=연합뉴스]

김경태(24·신한금융그룹)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사상 첫 한국인 상금왕이 됐다. 5일 일본 도쿄 요미우리 골프장에서 끝난 일본 투어 최종전 JT컵에서 김경태는 최종 합계 10언더파로 5위를 차지했다. 상금왕 경쟁자였던 이케다 유타(10언더파)나 이시카와 료(9언더파)가 우승하면 상금왕이 좌절될 수도 있었지만 후지타 히로유키(15언더파)가 우승하면서 김경태의 상금왕이 확정됐다. 지난달 안선주(23)가 JLPGA 상금왕에 오른 데 이어 한국 선수가 2010년 일본 투어 남녀 상금왕을 휩쓸게 됐다.

 이날 경기에 참가한 일본 투어 선수 전원이 우승자에 앞서 상금왕인 김경태를 헹가래치며 축하해 줬다. 후카보리 게이치로 JGTO 선수회장도 “한국인이지만 아주 장하고 일본 투어의 동료로서 축하한다”고 했다. 1987년 일본계 미국인인 데이비드 이시이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상금왕을 차지한 김경태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첫 비일본계 상금왕인데 일본 선수들의 반응은 어떤가.

 “이 대회에 나온 선수들은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어서 그런지 모두 축하를 해줬다. 속마음은 모르겠지만 모두 그랬다.”

 -지난해 상금왕이자 최고 스타인 이시카와 료는 뭐라고 하던가.

 “‘1년 동안 고생했다. 내년에도 잘하자’고 하더라.”

 -이시카와는 경기에서 패하면 상대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조용한 곳에서 화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패배를 인정하고 상대를 인정해 주는 문화다. 그런 다음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이시카와가 그런 것은 당연하고 나도 그랬을 것이다.”

 -프로가 된 후에 금방 적응하고 일본으로 와서도 빨리 성공했다. 비결이 있나.

 “아마추어 시절 프로 대회에 많이 나가본 경험이 있고, 일본에 와서는 다른 선수들과 의도적으로 어울리며 가까이 지냈다. 외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 다.”

 -한 단계 높은 수준에 가서도 금방 성공하는 것은 이른바 ‘이기는 법’을 아는 것 아닌가.

 “난 항상 배운다고 생각했다. 프로에 와서도 그랬고 일본 투어에서도 조금씩 이 투어의 장점을 배운다고 생각했다. 일본에 와서 기량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상금왕이 됐다.”

 -최경주 선수는 일본 투어는 상금이 많고 대우가 좋아 오래 머물고 싶겠지만 안주하지 말라고 충고했었다.

 “안주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이다. 올해 일본 투어에서 배우면서 메이저 대회에 나갈 수 있었고 거기서 세계 정상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나의 가능성을 봤다. 내년엔 4개 메이저 대회에 모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최고의 선수’라는 목표는 항상 마음속에 있다.”

 -일본에 여성 팬클럽이 있다.

 “한·일전에서 이시카와 선수와 경기하는 장면이 일본에 방송된 후 팬들이 생겼다. 이시카와에게 이긴 것이 멋져 보였던 것 같다.”

 -내년 일정은 어떤가.

 “1월 초 미국에 가서 훈련하면서 몇 개 대회에 나갈 것이다. 팬들이 많은 한국 대회에서도 꼭 우승하고 싶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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