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평창동 주택 신축 39년 만에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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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나대지 298필지에 대한 건축규제가 39년 만에 풀려 주택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이들 땅에는 최고 2층짜리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다. 평창동에 들어서 있는 단독주택들. [서울 종로구청 제공]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일대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미개발 나대지에 단독주택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서울 종로구청은 평창동 400~500번지 일대 나대지로 남아 있는 298필지, 19만여㎡에 대해 지구단위계획안을 마련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39년간 신축이 묶였던 이들 땅의 주인은 앞으로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이 땅은 1971년 서울시가 일반인에게 택지로 분양한 87만㎡ 가운데 각종 규제로 집을 짓기 어려웠던 곳이다. 특히 2000년 7월 도시계획조례에 경사도 21도 이상, 나무가 있는 면적이 51% 이상인 토지에는 건축허가를 금지하는 조항이 신설되면서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했다.

 집을 짓지 못하는 데다 공시지가가 워낙 싸게 매겨져 은행에서 땅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도 어려웠던 땅 주인들의 민원이 수년간 이어졌다. 종로구청 도시개발과 백여선 팀장은 “정부가 땅을 분양해놓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집을 짓지 못하도록 뒤늦게 규제가 생겨 주민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종로구청은 지주의 재산권 행사를 위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조언을 받아 최근 지구단위계획안을 마련했고 이달 7일까지 주민 공람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 심의를 거쳐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면 땅 소유자들은 건축허가를 받아 당장 집을 지을 수 있게 된다. 구청은 지구단위계획 확정 시기를 내년 말께로 예상하고 있다.

 필지별 면적은 50~3000㎡다.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건축허가 조건을 까다롭게 정한 자연경관지구에 해당하기 때문에 건축 조건은 까다로운 편이다. 용적률 100%에 건폐율(대지 면적 대비 건축바닥 면적의 비율) 30%로 최고 지상 2층의 단독주택이 들어설 수 있다. 지구단위계획안이 확정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다. 서울시가 집을 짓도록 허가해주는 대신 기부채납(공원 등을 만들어 지자체에 기부하는 것)을 요구하면서 일부 토지 소유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 땅은 주로 평창동의 단독주택이 밀집지역의 주변부에 많다. 특히 북한산 자락 땅의 경우 서울시는 50%의 기부채납을 요구하고 있다. 허가 없이 나무를 베고 정원으로 꾸민 땅도 마찬가지로 절반을 기부채납해야 한다. 전체 필지 중 84개 필지가 이에 해당된다.

 서울시 시설계획과 김영균 담당은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자문 결과 기부채납 비율이 다소 높은 것은 개인의 재산권 보호보다 자연환경을 보존해야 하는 가치가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민공람이 시작되자 이들 땅에 대한 관심은 부쩍 늘었다.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이들 땅의 매매가를 대략 3.3㎡당 1000만~1200만원 선으로 보고 있으나 일부 땅 주인들은 3.3㎡당 1500만원에 매물로 내놓았다. 평창동 태영부동산 성기찬 사장은 “개발 가능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의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평창동에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마지막 땅이기 때문에 개발이 허용될 경우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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