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카드에 넣어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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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회사원 이모(43)씨는 얼마 전 초등학생 아들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신한카드의 '동방신기 선불카드'를 사줬다. 이씨는 카드 결제계좌로 5만원을 충전해 아들이 쓸 수 있도록 했다. 가수 동방신기의 팬클럽 회원들이 가입할 수 있는 이 카드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뒤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현재 9만3000여 명이 발급받았다.

이씨는 "현금을 한꺼번에 주는 것보다 용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게 선불카드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선불카드가 틈새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선불카드는 카드 계좌에 미리 일정한 돈을 입금한 뒤 200여만 개에 이르는 전국의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신종 결제수단이다.

특히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는 미성년자나 소득이 없는 대학생 등이 즐겨 쓰고 있다. 선불카드는 사용자 이름이 카드 앞면에 적힌 '기명식' 카드와 상품권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 등으로 줄 수 있는 '무기명(일명 기프트)'카드로 나뉜다.

카드사들도 선불카드가 좋은 반응을 얻자 영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드사 입장에선 선불카드가 미리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어서 연체 위험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또 젊은 층을 주고객으로 하기 때문에 미래의 신용카드 고객을 선점하는 효과도 있다.

이에 따라 비씨카드는 기존에 팔던 무기명 선불카드에 이어 6월에 기명식 카드를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올 들어 4월까지 1300억원어치의 무기명 카드를 팔았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판매액인 272억원보다 377%가량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 카드사는 연말까지 모두 4000억원어치의 무기명 카드가 팔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명식 카드는 일찌감치 시장공략에 나선 삼성카드의 '올앳카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별도의 가입비.연회비가 없고 만 14세 이상이면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다.

삼성카드 김영선 대리는 "2000년 초에 100만 명이던 회원이 현재 687만 명으로 늘었다"며 "인터넷 쇼핑몰은 물론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영화관.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인기"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엔 신한카드의 닭 모양 선불카드처럼 기존의 사각형을 탈피한 개성적 디자인의 카드들이 나오고 있어 젊은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이보우 박사는 "선불카드는 한도가 정해져 있는 만큼 소비를 억제할 수 있어 젊은 층의 신용관리 교육에 유용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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