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韓·日 전자대결 불꽃 튄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 업체의 수성(守城)이냐, 일본의 시장 연착륙이냐' .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시작된 '99 한국전자전' 을 계기로 한.일간 전자전(電子戰)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연례 행사지만 올해는 의미가 다르다. 일본 업체들은 지난 7월 일본 제품에 대한 수입장벽이 전면 철폐된 후 처음 열리는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공략을 본격화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소니.샤프.JVC 등을 필두로 일본업체들이 대거 참여, 눈길을 끄는 첨단 제품들을 선보였다.
네덜란드의 필립스사도 이에 동참했다.
이에 삼성.LG.대우전자 등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은 디지털 중심의 미래상품으로 맞대응하고 나섰다.

올해는 대형 평면TV.디지털 카메라 등 첨단 디지털 영상기기와 정보통신.가전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 특징. 양측의 열기는 각종 이벤트로도 이어져 연예인을 동원한 즉석 쇼와 영화 관람 등도 마련됐다.

김종필(金鍾泌)총리 등이 개막한 첫날 행사에는 국내외 기업인.일반인 등 2만명을 웃도는 관람객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14개국에서 4백여 업체가 참여한 이번 행사는 오는 11일까지 계속된다.

◇ 공세 나선 일본 업체〓지난해까지는 샤프.소니 등이 부품 위주의 소규모 전시회가 전부였으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소니가 가장 적극적이다. 국내 업체와 같은 1백62평의 대형 부스를 확보, 워크맨에서부터 디지털TV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캠코더를 비롯, 워크맨.컬러TV.디지털 카메라 등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소니코리아의 히즈시게 요시노리 사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한국업체가 취약한 오디오와 34, 38인치 완전 평면TV 등에 집중적으로 파고 들겠다" 고 강조했다. 샤프는 전자사전 10여대를 책 사전과 나란히 부스전면에 비치해 관람객이 직접 사전과 비교해 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샤프는 이밖에도 콤팩트디스크와 MP3플레이어가 하나로 된 MD리코더,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드를 합한 인터넷 뷰캠이라는 복합상품을 집중적으로 알리고 있다. 오디오가 강점인 JVC는 신제품을 포함, 무려 36종의 오디오를 내놨다. 이시하라 노부히코 서울주재 사무소장은 "일본에서도 이렇게 많은 제품을 전시한 적이 없다" 고 말했다.

◇ 신기술 이미지로 대응하는 국내 업체〓디지털 이미지를 내세워 일본업체보다 기술력에서 대등하거나 오히려 앞선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은 쌍방향 디지털TV에다 24인치짜리 세계 최대의 박막액정표시장치(LCD) 등 디지털 제품을 무려 77가지나 내놨다.

개그맨 양원경을 내세워 디지털에 관한 즉석퀴즈와 디지털 러브라는 즉석 쇼를 벌이기도 했다.
LG는 세계 최대의 60인치 벽걸이TV.1백50인치 디지털TV.프로젝션TV 등 50여대의 TV로 부스를 꾸며 관람객들이 '디지털 화랑' 에 온 느낌을 받도록 했다.

또 벽걸이TV 4대인 높이 5m짜리 대형구조물(디지털 순수비)을 설치해 진흥왕 순수비처럼 디지털 세상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대우 역시 벽걸이TV.HDTV.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등 디지털 영상기술을 통해 첨단 이미지를 선보이면서 최근 이미지 만회에 나섰다.

◇ 볼거리도 다양〓필립스.LG.소니 등의 부스에서는 대형 스크린이나 디지털 화면을 설치한 안방극장을 만들어 즉석 영화관람을 할 수 있다. 소니는 특히 모니터가 내장돼 있어 쓰기만 하면 영화까지 감상할 수 있는 글래스 트론이라는 안경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곧 출시예정인 삼성의 34인치 완전 평면TV와 모니터를 통해 서로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 있는 LG의 화상전화기, 대우가 곧 출시할 살균기능 세탁기 등을 미리 보는 것도 재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관람객 홍승택(28.회사원)씨는 "품질이 좋다는 막연한 느낌을 갖고 있던 일본업체들의 제품을 직접 보니 생각보다 더 가까이 다가온 것 같다" 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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