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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이시대 마지막 변사와 함께 무성영화를

중앙일보

입력

국립민속박물관(관장 李鐘哲)
은 오는 16일(토)
오후 2시와 4시(2회)
에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을 상영한다. 우리 시대의 마지막 변사(辯士)
신출(申出)
의 해설과 함께 스크린에 펼쳐지는 무성영화를 보며 변사의 말 한마디에 함께 울고 웃었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추억과 향수에 젖어드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장소는 경복궁내 민속박물관 강당이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무대의 꽃 '변사'

무성영화(無聲映畵)
시대에 스크린에 펼쳐지는 극의 진행과 등장인물들의 대사 등을 관객들에게 설명하여 주던 활동사진 해설가, 변사(辯士)
. 변사는 영화속 남녀 인물의 대사를 눈물과 한숨을 섞어가며 연기해 많은 관객들을 영화속으로 몰입시켰던 장본인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특히 유행했다.

특히 영화속의 장면도 변사가 맡아서 이야기를 해 주므로 그의 말 한마디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고 따라서 관객들은 그의 대사를 놓치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무성영화 전성기에는 변사가 한 영화관에 5∼6명이나 있을 정도였으며, '무대의 꽃'으로까지 불리는 등 오늘날의 최고 인기배우 이상 갈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아아!,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

이번에 상영하는 프로그램은 우리 영화사의 한 장을 장식한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이다. 윤대룡 감독이 1948년 16㎜로 제작한 이 작품은 누명을 쓴 여선생을 검사가 된 제자가 초등학교 시절의 은혜를 잊을 수 없어 재판정에서 죄가 없음을 밝히고 무죄로 석방하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권선징악', '사필귀정'이라는 뻔한 내용이지만 결말에 이르기까지 변사의 한숨과 눈물, 그리고 말 한마디에 숨죽여 가며 모두가 하나되어 감상하면서 모두 한 마음이 되어 몰입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주인공인 여선생과 검사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두고 한 대사, "아아!,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부분에서는 관객 모두가 한숨과 비탄에 젖어 마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 것이다.

이 시대의 마지막 변사 - 신출(申出)
과 함께

하지만 발성영화가 등장하면서 변사는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1935년에 최초의 발성영화 '춘향전'이 제작되면서 무성영화와 변사가 필요 없어졌으며, 마지막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1948)
을 끝으로 변사는 사실상 무의미했다.

따라서 이번에 마련한 이 자리는 이 시대 마지막 남아 있는 변사인 신출(申出, 70세)
의 해설로 무성영화를 직접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로는 비장하고 때로는 구성진 千의 목소리로 수많은 관객을 울리고 웃기며 전국 장안을 떠들석하게 했던 바로 그 변사­신출. 더구나 그는 1996년 일본 영화계의 초청으로 도쿄에서 '검사와 여선생'의 해설을 맡아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인간'이 움직이던 20세기의 한 단면 반추하기

실제 영사기로 흑백 무성영화를 보며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모두가 하나 되어 웃고 울다가 '사필귀정'의 진리를 깨닫는 해피엔딩에 이르기까지, 나이 지긋한 관객은 추억과 향수를 느끼고 자라나는 어린 관객은 흑백 무성영화라는 전혀 색다른 매체를 감상하면서 동시에 삶의 교훈을 얻는 귀중한 기회이다.

총천연색의 영화와 TV 드라마를 수없이 접하는 오늘날 흑백 무성영화는 단지 과거로의 시간 여행에서 그치지 않고 변사와 같이 '인간'이 움직이던 20세기의 한 단면, 하지만 컴퓨터와 기계가 점령한 20세기의 또 다른 면을 느끼고 비교하는 반추의 시간이 될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02)
720-3138

오정택 인터넷 명예기자
<jto0920@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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