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부터 시작하는 입학사정관제 준비법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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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즐겨 읽는 김재현양은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해 앞으로 전략적으로 독서를 하기로 했다. [황정옥 기자]

입학사정관이 학생 선발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평가 요소 중 하나가 ‘독서 경험’이다. 눈에 보이는 지적 능력뿐 아니라 인성과 비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관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 경험은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진로에 대한 열정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독서습관이 어느 정도 잡혔다면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김재현(서울 예일초 5)양은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외교관이 된 후 다시 의대에 들어가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 국제중학교를 거쳐 자율고에 진학할 계획이다. 지금 재현이는 학원에 다니지 않고 전교에서 소수만 뽑는 수학영재반에서 공부하고 있다. 4살 무렵 한글을 깨친 재현이는 ‘책은 가지고 노는 것’이라 생각할 만큼 책과 친했다. 엄마 박희정(40·서울 은평구)씨가 필독서를 챙겨줘 다양한 독서를 해왔다. 요즘은 판타지 소설 『블랙북』에 푹 빠져 있다. 이번 방학에는 그동안 읽었던 책 가운데 몇 권을 정독할 계획이다. 하지만 박씨는 재현이가 올바르게 독서하고 있는 건지 걱정이다.

꿈과 비전 담은 독서 전략적으로 해야

진로를 설정하는 데는 하나의 ‘사건’이 계기가 되곤 한다. 다양한 경험을 강조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독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입학사정관제에서 바람직한 독서는 책에 중심을 둔 기존 독서 활동과 다르다. ‘꿈’에 중심을 두고, 이에 도달하기 위한 동기와 과정에 초점을 맞춘 ‘자기주도적 비전 독서’여야 한다. 독서에서 자신의 비전을 찾고, 책은 나의 비전을 증빙하는 자료가 되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에서는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왜 읽었나’ ‘무엇을 느꼈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책 선정부터 까다롭게 해야 한다. 독서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진로 선택과 관련한 독서를 할 때는 자신의 롤 모델(role model)을 알게 한 독서, 진로 선택에 영감을 준 독서, 관심 분야를 알 수 있는 독서를 해야 한다. 예컨대 재현이처럼 꿈이 외교관이라면 주인공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내용의 책을 보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독서도 필요하다. 인문학이나 사회·자연, 예술 등 분야가 다양하다. 자녀가 원하는 진로에 대한 인문서를 부모가 한 달에 한 권 정도 추천해주는 것이 좋다. 고전이나 역사서처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을 읽으면 전공이나 진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지적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여행기나 체험기를 읽는 것도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어 바람직한 독서다.

연계 독서로 진로의 동기 설명

천 권을 읽는 것보다 천 권을 유기적으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는다면, 그의 책 속에 등장하는 음악이나 책을 연결해 읽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문과=한비야, 반기문’ ‘이과=안철수’와 관련된 책을 필독서처럼 읽는다. 대개 그 한 권을 읽고 끝내는데, 그 책 속에 나온 또 다른 책을 읽으면 좋다. 예컨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책에서 어려서 봤던 인상 깊은 책이 나온다면 그 책을 찾아 읽어본다. 그리고 진로에 대한 동기를 설명하면서 거꾸로 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책은 두 번 이상 읽는다. 저자 입장에서 한 번, 반대 입장에서 한 번 더 읽는 것이다. 예컨대 제3국가에 대한 책을 읽었다면 ‘미국은 왜 그 나라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썼을까. 나는 이런 이유에서 다르게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이 돼 본다. 같은 입장으로 쓴 책과 반대 입장에서 쓴 책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영어 공부를 할 필요 없다’는 내용의 책이라면 ‘꼭 해야 한다’는 책을 함께 선택해 입장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저자를 뛰어 넘는 탐구도 필요하다.

독서 이력 관리

독서 이력에는 제목이나 줄거리 대신 동기와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를 설명하려면 책을 선정한 이유를 세 가지 이상 생각해야 한다. 동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독서 후에는 자신의 감정 변화에 중점을 둬 글을 써야 한다. 그 속에서 ‘나만의 의사, 외교관, …’을 만들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인상 깊었던 부분을 쓸 때 ‘이 책은 나에게 ○○다’라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책 제목을 다시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에 필요한 서류를 설명문처럼 쓰는 경우가 많다. ‘책을 언제 사서, 느낀 점이 뭐고, 줄거리는 이거다’ 하는 식이다. 남과 다른 글을 쓰기 위해 자신만의 ‘경험관리노트’를 만들어 볼 것을 권한다. 흔히 봉사활동을 한 후 베푼 시점에서 글을 쓰는데, 이보다는 봉사를 주선해 준 사람이나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글을 써보는 것이다. 굳이 현장에 가보지 않아도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볼 수도 있다.

※도움말=교원 빨간펜교육연구소 유태성 연구원, 건국대 미래교육연구소 송태인(아침교육연구소 대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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