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어느새 1위 … 배경은 구단주 ‘노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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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한국시간) 챔피언스리그 경기 도중 활짝 웃고 있는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 [중앙포토]

“전쟁에 나간 장수는 왕명이라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중국 춘추시대의 병법가 손자가 오(吳)왕 합려에게 한 말이다. 멀리 있는 임금보다는 전장에 있는 장수가 전황 파악이 빠르다. 그 때문에 장수에게 결정권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지켜보는 구단주보다는 벤치에 있는 감독이 결정권을 갖고 있어야 팀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10~2011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차이는 여기서 비롯된다.

 맨유 구단주인 맬컴 글레이저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믿고 선수단 운영을 모두 맡기고 있다. 지난 10월 공격수 웨인 루니가 “팀을 떠날 수도 있다”며 폭탄선언을 했다. 이때 글레이저는 “루니를 꼭 잡아달라”는 퍼거슨 감독의 요구를 들어줬다. 구단은 루니에게 3억원에 가까운 주급을 약속했다. 공격진의 부상과 부진으로 주춤했던 맨유는 루니가 돌아오자 살아났다. 9월 19일 리버풀전 이후 득점이 없었던 공격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도 부활했다. 베르바토프는 28일 블랙번전에서 5골을 몰아쳤다. 2도움을 올린 루니의 역할이 컸다. 전문가들이 2위 수성도 힘들 것이라 예상했던 맨유는 꾸준히 승점을 챙겨 8승7무(승점 31점)로 현재 1위다.

 반면 첼시는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팀이다. 카를로 안첼로티 첼시 감독도 “나는 이 팀을 훈련시키기 위해 왔다. 첼시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팀”이라며 “퍼거슨 감독은 모든 것을 총괄하지만 나는 기술지도만 할 뿐이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시즌 초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첼시는 잘나갔다.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상대방을 압도했다. 리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2일 안첼로티 감독의 오른팔 레이 윌킨스 수석코치가 뚜렷한 이유 없이 팀을 떠나며 틈이 생겼다. 이탈리아어와 영어에 능통한 윌킨스 코치는 이탈리아에서 온 안첼로티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소통을 담당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영국 언론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친한 수비수 존 테리(30)가 윌킨스 코치와 사이가 좋지 않아 재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윌킨스가 없었다면 지난 시즌 2관왕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며 그가 떠난 자리를 아쉬워했다.

 첼시는 15일 홈에서 선덜랜드에 0-3으로 패한 이후 리그에서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으로 부진하다. 첼시는 29일 뉴캐슬과의 경기에서 1-1로 비겨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맨유에 선두를 내줬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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