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앞치마 두른 탤런트 권오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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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아빠의 요리는 아이를 건강하게 만든다. 파는 것보다 투박하고 단순해도, 그 안엔 관심과 사랑이 담겼다. 권오중이 고구마크로켓에 튀김옷을 입히고 있다. [장소협찬= Studio101(www.101-group.com, 02-365-0101)]


한 달 전쯤 여럿이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탤런트 권오중(39)을 우연히 만났다. 그때 함께 온 그의 아들 혁준(11)이는, 손에 작은 병을 들고 있었다. 권오중이 직접 만든 식혜였다.혁준이는 서비스로 나온 탄산음료엔 손도 대지 않고 식혜를 먹었다. 권오중은 “3년째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인다”고 했다. 지난 8월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요리책도 냈다는 것.권오중과 그의 아들에겐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가 직접 만든 ‘아빠표 요리’도 먹어봤다.

글=이상은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Q 아들에게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일 결심은 왜?

A 2007년 초, 자주 아프고 체격도 또래보다 훨씬 작은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갔어요. 의사선생님은 지금까지 먹인 음식 탓이 크다고 했어요. 워낙 잘 안 먹는 아이라 일단 뭐든 먹이고 보자는 식으로 과자든 탄산음료든 먹고 싶다는 건 다 사줬어요. 그런데 의사에게 들어보니 아토피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발달 장애 아이들의 경우 식품첨가물을 비롯해 몸에 안 좋은 성분이 많이 든 음식을 먹는 것도 큰 이유라고 하더군요.

Q 가장 먼저 시작한 건?

A 사 먹이는 걸 멈췄어요. 방부제를 비롯해 식품첨가물이 든 음식을 안 먹여야 했으니까요. 무조건 직접 만들어 먹이겠다고 결심했죠.

Q 어려움은?

A 달고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 입맛을 바꾸는 게 가장 쉽지 않았어요. 과자를 먹으려고 할 때마다 “지금까진 엄마 아빠가 널 아프게 했지만 이제부턴 그렇게 놔두지 않을 거야”라며 말렸죠. 사실 제가 2008년 한식조리사 자격증 시험에 한 번 떨어지고 나서 다시 도전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혁준이도 아빠가 주방에서 매일 뭔가 열심히 만드니 점점 호기심을 보이더라고요.‘아빠표 요리’는 어떨지 기대도 하고요. 드라마‘식객’찍을 땐 일부러 극중 입던 조리복을 집에 가져와 입고 요리해준 적도 있어요.

Q 주로 하는 요리는?

A 일단 오염이 덜된 재료를 골라요. 유기농코너나 직거래로 구할 수 있어요. 단 고춧가루만큼은 무공해를 찾기 어려웠어요. 베란다 화분에 직접 키워보기도 했는데 달랑 고추 한 개가 열렸죠. 보다 못한 부모님이 인천 집 근처에 텃밭을 만들고 직접 고추를 키워 주셨어요. 요리할 땐 밀가루를 쌀가루로 대체하고 채소를 많이 먹였어요. 쌀가루 반죽에 아몬드를 넣고 과자를 굽는 식으로요. 채소는 잘게 다져 넣었죠. 아이들은 채소라면 일단 안 먹겠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갈거나 다져 잘 안 보이게 만들면 먹어요. 갈아서 소스 속에 넣거나 다져서 다른 재료와 섞었어요. 특히 추천하는 채소는 브로콜리와 파프리카예요. 브로콜리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게 부서지고 파프리카는 채소지만 색감이 알록달록 예뻐서 아이들도 좋아하거든요. 주스는 제철 과일을 이용해 직접 갈아 먹였어요.

Q 그 결과는?

A 혁준이는 워낙 작고 허약한 아이였는데 식생활을 바꾸고 3년쯤 지나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어요. 키가 작아 항상 제일 앞줄에 앉았는데 이젠 거의 맨 뒷줄에 앉아요. 짜증이 많던 아이가 참을성도 생겼고요. 얼마 전 10㎞ 마라톤을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어요. 감동이었죠. 운동이라면 정말 힘들어 했던 아이니까요.

Q 다른 아빠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아빠들도 아이가 뭘 먹는지만이라도 알아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책을 쓴 것도 단순히 레시피를 알려주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어요. 아이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는 데 맛이나 모양이 가장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아빠들은 바쁘다고 말하지만 그건 핑계죠. 주말에 10분만 시간을 내면 간단한 요리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그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사랑의 표현이죠. 아이에게 음식을 해주고 싶은 아빠들이 있다면 저는‘화려한 요리만 보고 겁먹고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복잡한 레시피대로 해야 할 필요도 없어요.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차려줬던 건강 밥상도 투박했잖아요. 그 안에 담긴 마음이 우릴 건강하게 키웠던 거죠.

권오중표 초간단 아빠 요리 (참고 하시고 응용해보세요)

고구마 크로켓

●재료(1인분) 고구마(감자로 대체 가능) 1개, 삶은 게살 한 주먹, 파프리카 1/4개, 양파 1/4개, 삶은 달걀 1개, 빵가루(쌀식빵을 말려 부순 것) 2큰술, 쌀가루 약간, 튀김옷(쌀가루·달걀·빵가루) 약간, 카놀라오일 약간.

●만드는 법 1 고구마를 삶아 으깬다. 게살은 잘게 찢고, 파프리카·양파·삶은 달걀도 잘게 썬다. 2 으깬 고구마에 게살·파프리카·양파·삶은 달걀·빵가루를 모두 함께 넣고 치댄다. 3 치댄 반죽을 적당량씩 손으로 떼어 쌀가루·달걀·빵가루 순서로 튀김옷을 입힌다. 4 팬에 카놀라유를 두르고 약한 불에서 노릇노릇 굽는다. 체에 밭쳐 기름기를 뺀다.

한치 주먹밥

●재료(1인분) 밥 한 공기, 말린 한치 2마리(몸통 살만), 김 2장, 간장 1큰술, 꿀 1큰술, 들기름 약간, 올리브오일 약간.

●만드는 법 1 한치를 가위로 잘게 자른다. 김은 잘게 부순다. 2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 한치를 넣고 살짝 볶다가 간장과 꿀을 넣고 볶는다. 오래 구우면 딱딱해지니 살짝. 3 밥에 한치·김·들기름을 넣고 손으로 섞은 뒤 적당한 크기로 쥐어 주먹밥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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