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품절' …투자조합 결성·사채까지 빌려 사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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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소주 품절'.

5일 서울 창동 농협 하나로 마트 진로소주 진열대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었다. 바로 옆에 있는 두산 미(米)소주도 불과 몇 박스만 남아 있었다. 신세계 E마트는 물건을 못구하자 아예 소주 진열대를 줄였다. 심지어 동네 슈퍼마켓에는 소주를 1인당 3병까지만한정 판매하는 곳도 생길 정도다.

정부가 소주세율을 내년부터 35%에서 80%로 대폭 올리기로 하자 도·소매상, 음식점은 물론 일반인까지 사재기에 나서면서 별의별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물건이 품절되는가 하면 값이 뛰고 빈병도 동이 날 정도다.

이렇게 되자 급기야 소주업체들은 병뚜껑 색깔을 달리해 사재기 한 것인지를 밝혀 자체 징계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재기 극성 = 영남지역 소주업체 관계자는 "일부 도매상은 사채까지 빌려 소주를 대량 구입해 창고나 나대지 등에 샇아 놓고 있다"며 "심지어 일반 상인들도 투자조합을 결성, 소주를 사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주 한병의 소비자가격은 약 7백원에서 내년에는 1천원 안팎으로 오를 전망인데, 지금 사뒀다가 내년에 팔면 앉아서 3백원을 벌 수 있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단순 계산으로 10만병만 사두면 3천만원 가량 버는 셈"이라고 말했다.

◇소주 품귀 사태 = E마트 김승회 주류바이어는 "소주가 제때 안들어와 못팔다가 물량이 들어오면 다시 파는 비정상적 영업이 이달 들어 계속되고 있다"며 "특히 인기 품목은 정말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사재기로 소주 빈병 공급이 달려 품귀 사태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10개 소주업체들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빈병이 부족해 생산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두산 관계자는 "통상 소주 10병이 나가면 9병은 회수됐는데, 요즘은 7~8병만 돌아온다"고 말했다.

진로측은 "빈병을 긴급 수입하거나 새로 만들지만 병당 제작비가 1백원이상 들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가격도 들먹 = 업계 관계자는 "도매상 가운데 30개들이 박스당 가격을 예전보다 2천~3천원 올려 슈퍼나 음식점에 공급하는 곳이 있다"며 "이 경우 한병 가격이 1백원 가까이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또 빈병 수집상들도 값을 올리기 위해 물량을 조절하는 경우가 있어 이래저래 소주 가격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책 마련 = 소주업체들은 평소보다 물건을 많이 가져가는 곳에는 공급을 줄이는 식으로 통제하고 있다. 병뚜껑 색깔을 바꾸는 것도 검토중이다. 올해 제품과 내년 제품을 구분, 사재기한 상인은 자체적으로 '징계'하겠다는 것이다.

또 빈병을 구하기 위해 소주업체들은 소비자들이 빈병을 소매점에 갖고오면 30~40원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는 한편 당국에 사재기 물품에 세금을 물리는 '소지과세제'를 도입해줄 것을 건의할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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