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궈는 서울에, 왕자루이는 평양에 … 긴박해진 베이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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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8일 오후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다웨이는 “12월 초 6자회담 대표 긴급 협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AP=연합뉴스]

미국 항모 조지 워싱턴함의 서해 훈련이 28일부터 시작됨에 따라 중국 정부가 최악의 충돌 사태를 막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8일 중대 발표를 예고한 뒤 오후 4시30분(현지시간) 연평도 공격 등 최근의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기 위해 12월 초 베이징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가 참여하는 긴급 회동을 제안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이날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우 대표는 “9·19 공동성명에 근거해 적절한 방법으로 한반도 정세를 다루기 위해 6자회담의 단장(수석대표)들이 만나 각자의 중대 관심사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자”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연평도 공격, 한·미 연합훈련 등을 의식한 듯 “한반도 정세에 일련의 복잡한 요소들이 생겼다”고 전제한 뒤 “국제사회뿐 아니라 6자회담 당사국들이 (이런 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6자 회동 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우 대표는 그러나 “이 만남이 6자회담 재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제안은 그동안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대화 기제(메커니즘)로 활용해온 6자회담이란 큰 틀을 동원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된 정세를 논의하자는 얘기다.

 중국 외교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은 6자회담이 2년가량 장기간 공전 중인 상황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가 잇따라 터지면서 주변 정세가 급속히 불안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과 미국·일본의 공조 압박이 가해지자 북한을 일방적으로 비호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중재를 자임한 것이다.

특히 만에 하나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 인접한 서해에서 한·미와 북한의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무엇 하나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중국은 26, 27일로 예정됐던 양제츠(楊潔篪) 외교부장(장관)의 방한을 25일 돌연 연기했으나 27일 격을 높여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한국에 파견했다. 양제츠 부장은 한국을 찾는 대신 26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도 잇따라 통화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전파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이날 불러 중국 정부의 불만과 경고가 담긴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또 중국의 초청으로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 겸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인 최태복이 30일 방중할 예정이다.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이 다이빙궈 국무위원처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특사 자격으로 조만간 방북할 것이란 관측도 나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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