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작전 반경 최대 1000㎞ … 북 도발 땐 10분 내 평양 타격 가능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천안함 사태 이후, 연평도 포격 이후 마침내 미국 핵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9만7000t)이 서해로 진입했다. 1차론 북한, 2차론 중국에 대한 무력시위다. ‘저항하면 즉각 치명적 공격을 받는다’. 숨죽이고 수모를 당하라는 강요다. 북한은 “군사 도발이고, 무자비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지 알 수 없다. 중국도 소리를 죽이고 있다. “서해는 중국의 내해”라고 했던 호기는 조지 워싱턴함이 일으키는 물보라에 작아졌다. 조지 워싱턴함의 첨단 전력 앞에서 북한 4군단은 한 줌처럼 보인다. 항모는 한·미 안보를 보장하는 실질 무력이며 상대방 턱밑에 들이대는 칼이다.


28일 조지 워싱턴함은 서해로 진입했다. 작전명은 없다. 그냥 작전이다. 북한을 무력 압박하는 비상작전일 뿐이다. 그러나 실제론 복합적이다. G2로 커지면서 동아시아의 패자(覇者) 흉내를 내는 중국에 대한 간접 위협이기도 하다.

항공모함은 움직이는 군사기지다. 항모가 접근하면 그 지역 힘의 균형은 크게 변한다. 북한엔 한국의 군사력과 별도로 측면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강력한 적이 느닷없이 생긴 것이다. “서해는 우리 바다”라고 아무리 외쳐도 진입하는 미국의 강력한 힘을 견제할 수 없는 중국은 망신당하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저항할 수도 없다. 한·미 양국은 ‘힘의 과시’로 북한과 중국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조지 워싱턴 항모에는 80여 대의 함재기가 있다. 이지스함 4~5척과 미사일 순양함 카우펜스함(CG-62·9600t급), 9750t급 구축함 샤일로함, 스테담함(DDG-63), 피츠제럴드함(DDG-62) 등이 참가한다. 보통은 핵잠수함도 참가하지만 이번엔 제외됐다. 한국에선 KD-2 구축함과 울산급 호위함, 포항급 초계함, P-3C 초계기 등이 참여한다.

조지 워싱턴함


항모에 탑재된 항공기는 FA-18 C·D·E·F 호넷/수퍼호넷 등이다. 전투 반경은 최소 500㎞다. 공중급유를 받으면 1000㎞도 가능하다. 이번엔 주일 미군에 배치된 RC-135 정찰기와 최첨단 F-22 전투기(랩터)도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기는 여차하면 북한 전 지역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정찰·감시장비도 북한을 속속 들여다본다. 순항 거리 1000㎞ 이상인 토마호크 미사일 수십 발도 있다. 이지스 방공망은 1000㎞ 내 어떤 것도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다. 이런 공수 화력들은 ‘한 지역을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다. 연평도를 공격한 북한은 몸속을 들여다보는 거대한 무력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베이징과 동북 3성도 작전권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입장에선 황해도 옆에 서해에 엄청난 미군기지가 갑자기 솟아난 셈”이라며 “엄청난 위협과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의 항모는 또 중국 동북 3성의 동부 지역도 유사시 공격권 내에 들어올 수 있음을 암시한다. 중국이 민감한 이유다.

한·미 연합 전력에 ‘맞서는’ 북한의 전력은 4군단이다. 병력은 8만 명 정도. 해안포부대, 미사일부대, 포병, 기갑부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4군단 담당 구역인 황해도 전 해안에는 5~6개 포대의 지대함미사일, 1000여 문의 해안포, 곡사포가 배치돼 있다. 해군은 서해함대사령부 산하 6개 전대, 420여 척의 함정이 있다. 함정의 절반 정도가 해주와 사곶 등에 전진 배치돼 있다. 연평도 인근 사곶 기지엔 8전대 예하 함정 70여 척이 있다. 대부분 50∼400t급 소형이다.
공군은 곡산 기지에 배치된 MIG-21과 황주 기지에 배치된 MIG-19를 각각 태탄과 누천리 야전 기지에 전진 배치했다. 모두 구형이다. 연평도 포격 때는 ‘나름 신형’인 MIG-23 전투기 8~9기를 황주 기지에 전진 배치했다. 그러나 이런 구형으론 조지 워싱턴함에 배치된 F-18 전폭기에 못 맞선다. 공중전 같은 첨단전을 할 수 없는 4군단은 재래식으로 항모에 대척하려 한다.

북한, 신형 미그-23 8기 황주로 전진 배치
군 관계자는 북한이 ▶황해도 연안의 지대함미사일로 공격하거나 ▶잠수정으로 항모에 접근해 어뢰 기습 공격을 하거나 ▶기뢰를 부설해 접근을 막는 방법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식으론 항모 전단의 진로를 막거나 위협하지 못한다. 북한이 항모 전단에 도발하면 함재기가 10분 안에 평양을 집중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은 저항할 수단이 없다. 지도부는 굴욕을 당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무력 시위와 북한의 무조건 굴복은 과거에도 있었다.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이 그 한 예다.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미군의 아서 보니파스 대위가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지휘하다 북한군의 도끼에 살해됐다. 미국은 무력 시위를 결정하고 3일 뒤 ‘폴 버니언 작전’을 전개했다. 북한이 반발한 가지치기를 마무리하는 것을 넘어 미루나무를 베어 내면서 엄청난 무력이 시위에 동원됐다. 판문점 가까이 20대의 공격 헬기, 7대의 코브라 공격용 헬기, B-52 폭격기, 미군의 F-4 폭격기, F-111 전폭기가 떴다. 서해상에는 미드웨이 항공모함이 대기했다. 북이 저항하면 발포한다는 방침도 서 있었다. 군 내에선 제3차 세계대전 가능성이 언급됐다. 그러나 거대한 무력 앞에서 고 김일성 주석의 북한은 꼼짝 못 했다.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전투 태세 돌입을 발표하고, 평양에 등화관제가 실시되고 주민들은 지하 대피소로 대피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훈련의 관심은 북한에 대한 ‘그 정도의 압박’을 넘어 조지 워싱턴함이 얼마나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이냐는 것이다. 우선 북상한계선이 초미의 관심이다. 통상 한·미 합동작전에 등장하는 항공모함의 북상선은 태안반도다. 보통 목포 쯤에서도 대북작전을 할 수 있다. 태안반도까지 북진하는 것은 평양 공격을 염두에 둔 훈련이란 의미다. 그 이상 북으로 이동, 특히 북한이 자기 영해라고 주장하는 북방한계선(NLL)으로 진입하면 6·25 이후 최고 수준의 대북 압박이다. 북한이 느끼는 압박은 전쟁 직전일 수 있다. 서부 휴전선 가까이 북한이 무력을 집결할 경우 서울이 느낄 위기의식에 비교할 수 있다. 항모는 더 북상하지 않고 항모 전단의 항공기가 서해 5도의 북측 영토 가까이 압박 비행하거나 구축함이 북한 해안선 가까이 접근할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엄청난 대북 압박이다. 중국도 도울 수 없다. 한·미 양국은 힘의 과시를 통해 북한과 중국에 강력한 정치적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문제는 한·미 연합훈련 이후다. 항모 전단의 훈련 기간 북한은 잠잠하겠지만 훈련이 끝나면 또 도발할 수 있다. 우선순위로 꼽히는 사태는 연평도나 백령도에 대한 대규모 포격 후 기습 상륙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동안 서해 5도를 무시했던 결과다. 사실 연평도 공격이 있기 전까지 국방부엔 ‘서해 5도 무시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군 관계자는 “해병대는 지난해 백령도와 연평도에 각각 대포병 레이더 2대를 보강하고 연평도에 ▶K-9 자주포 6문 추가 배치 ▶K-1 전차 6대 배치를 요청했으나 국방부가 예산을 이유로 안 받아들였다”고 했다. 육군 위주로 운용하다 보니 서해 5도는 취약한 상태로 방치된 것이다. 현재 서해 5도의 전력은 북한군의 기습 공격에 대응하지 못한다. 대청도·소청도엔 중대급 해병대만 있다. 북한이 소청도나 대청도를 기습 점령하면 백령도조차 고립될 수 있다.

서해 5도 한국군 전력은 북에 크게 못 미쳐
연평도 공격 이후 국방부는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우선 서해 5도 방어를 담당할 ‘서해 5도 사령부(가칭)’ 창설 추진이 거론된다. 서해 5도를 요새화한다는 전략이다. 육·해·공 합동 지역 방어 사령부로 현재 5000명 수준의 병력을 1만 명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 정보 관계자는 “천안함 사태 이후 정보 계통에서는 다음은 ‘서해 5도 공격’이라는 내부 관측이 있었다. 서해 5도가 안보상 중요하지만 실제론 아주 취약하게 방치된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전면 남침을 생각할 경우 미국이 대한방위공약을 이행할 것인지를 사전에 측정하기 위해 서해 5도 봉쇄나 상륙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서해 5도를 무력으로 점령할 경우 한국과 미국이 ‘대북 무력 응징’에 한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북한이 시도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략적 측면에서 서해 5도 사령부 신설은 좁은 섬 지역에 많은 병력과 전력을 집중시키는 것이어서 북의 공격으로 한꺼번에 몰살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부는 또 단기적으론 긴급예산을 편성해 연평도·백령도 전력을 보강할 방침이다. 합동참모본부와 방위사업청은 이명박 대통령의 긴급지시로 2636억원의 긴급예산을 편성해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 ‘서북도서 전력보강계획’을 보고했다. 구체 항목으론 K-9 자주포 구입(820억원), 정밀타격유도무기 구입(560억원), 대포병레이더 구입(AN/TPQ-37, 371억원), 음향탐지장비·전술 비행선·무인항공기(UAV) 구입(785억원)등이다.

K-9은 최대 20문이 추가 확보된다. 낡은 장비인 대포병레이더도 보강된다. 정밀유도타격무기로는 미국이 미래전 시스템으로 개발 중인 NLOS-LS(Net-Fire System·50㎏·사정거리 40㎞)와 이스라엘 라파엘사에서 개발을 마친 스파이크-NLOS(70㎏·사정거리 25 ㎞)가 있다.

북한 해안포는 바다 쪽 방향에서 직화기로 공격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론 K-9 자주포의 공격에서 벗어나 있다. 백령도·연평도 주둔 해병대는 이에 따라 해안포를 공격할 수 있는 정밀유도무기의 배치를 요청해 왔으나 밀려왔다. 그런데도 확전을 우려하는 국방부가 정밀유도무기 공격력을 갖춘 공군 투입을 제지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처럼 북한 해안포 공격이 방치됐다고 군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나 ‘간편한 정밀유도무기’를 도입하면 이를 차량이나 고속정·헬기 등에 장착해 손쉽게 정밀 공격할 수 있다. 현재로는 이스라엘제가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 예산이면 150~200개 도입이 가능해 급한 대로 백령도와 연평도를 겨누는 장산곶·강령반도의 북한 해안포 150~200문에 대응할 수 있다.

동시에 연평도·백령도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북한군의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장비 보강도 진행된다. 무인항공기 운용, 해안포 추적을 위한 음향탐지장비 보완 등이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무인 전술 비행선’ 도입이다. 북한 대공포가 미치지 않는 상공에 떠서 24시간 상시로 북한군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것이다. 미국도 자국 해안을 무인 비행선 감시체제로 운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안성규 기자김병기 디펜스 타임스 편집위원 askme@joongang.co.kr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