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당뇨병 왔다면 췌장암 검사 꼭 해보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94호 18면

요즘 들어 췌장암 진단 검사를 받고 싶다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 최근 종영된 일일연속극 ‘황금물고기’의 주인공 이태영이 말기 췌장암으로 진단받고 허망하게 죽는 모습이 방영됐기 때문이다. 드라마 ‘하얀거탑’의 주인공 장준혁이 췌장암에 걸려 죽던 절망적인 기억도 췌장암에 대한 공포를 더 상승시켰으리라고 짐작된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췌장(膵臟)은 ‘이자’라고도 불리는 장기로, 위(胃) 뒤쪽에 자리하고 있는 길이 약 15㎝의 가늘고 긴 장기다.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효소가 분비되며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분비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이 췌장에서 발생하는 췌장암은 국내에서 암 발생 빈도로는 8~9번째로 드문 편이지만 가장 사망률이 높은 암 중 하나다.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5% 이하로 평균 생존 기간이 3~6개월에 불과하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거나 미미해 대부분이 진행된 뒤 발견돼 실제 수술 절제가 가능한 경우가 20% 이내에 불과하다. 또한 다른 장기로 전이가 잘되며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효과가 낮다. 따라서 췌장암의 조기 발견이 중요한 관심사다.

우선 췌장암은 가족력이 없다면 대부분 45세 이후 발생한다. 췌장암 환자에서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5~10% 정도다. 특히 가족 내 췌장암 환자 수가 많을수록 췌장암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가족 중에 췌장암 환자가 2명이면 췌장암 발생 확률이 18배, 3명이면 57배로 높아진다. 흥미로운 것은 혈액형이 O형인 사람에 비해 A형·AB형·B형에서 췌장암 발생 위험이 각각 1.3배·1.5배·1.7배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아마도 췌장암 발생이 유전적 요인과 관련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상당수의 췌장암 환자는 당뇨가 갑자기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새로 당뇨병으로 진단받는 성인이 3년 내에 췌장암이 발견될 위험이 8배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당뇨에 잘 걸리지 않는 마른 사람에게서 당뇨병이 새로 발생하는 경우 더 의심해 봐야 한다. 그러나 새로 발병한 당뇨병이 있으면 췌장암 발병 위험이 증가하지만 그 발생 확률은 1% 이하로 여전히 낮기 때문에 모든 당뇨병 환자가 췌장암 검사를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흡연을 하면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 발생 위험이 2~3배 증가되며 흡연 기간과 양이 많을수록 그 위험은 더 늘어난다. 실제 흡연 자체가 췌장암 발생 원인의 약 25%를 차지한다고 하며 금연을 하면 2년 내 그 위험이 반으로 감소하며 15년 뒤에는 비흡연자와 같은 위험 수준으로 감소한다.

비만과 신체 활동 부족도 췌장암의 위험 요인으로 거론된다. 고도비만자는 정상 체중에 비해 췌장암 발생 위험이 1.7배 증가하며, 신체 활동이 적은 사람은 활동이 많은 사람에 비해 췌장암 발생이 약 2배 증가한다. 또 원인과 관계없이 만성 췌장염에 걸린 사람은 췌장암이 발생할 확률이 6배가량 증가한다. 만성 췌장염의 흔한 원인 중 하나는 과도한 음주다.

췌장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었던 경우 그 가족이 췌장암에 걸린 시기보다 10년 일찍(혹은 40대 초반부터) 췌장암 조기 진단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최근에 당뇨병이 새로 발견되거나 당뇨 조절이 갑자기 되지 않는 성인은 흡연자이거나 만성 췌장염이 있는 경우처럼 췌장암의 발생 위험이 높은 경우에 췌장암 조기 진단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가족력도 없고 당뇨병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닌 사람들은? 담배를 멀리하고 체중 관리에 힘쓰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췌장암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