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이번에도 … 북한 도발 두둔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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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25일 타지키스탄에 도착해 푸틴 러시아 총리(오른쪽)와 함께 대통령궁으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응하는 중국의 태도가 의구심을 낳고 있다. 북한의 도발을 즉각 규탄한 미국·일본·영국 등과는 달리 중국은 분명한 입장 표명을 피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발표한 입장은 지극히 원론적이고 모호하다. 러시아를 순방 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24일 연평도 공격을 놓고 “중국은 어떤 군사적 도발 행위에도 반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그의 발언은 이번 공격의 주체인 북한을 명시하지 않아 한국 측으로서는 지극히 실망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26~27일로 예정됐던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장관)의 방한이 25일 갑자기 연기된 것도 민감한 시기에 한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어쨌든 중국 외교부는 훙레이(洪磊)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어떠한 행동도 중국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성명에서 중국은 도발의 주체를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국이 천안함 사건 때처럼 북한을 두둔하려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훙 대변인은 또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민간인 사상에 북한의 책임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사건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고 답했다.

  중국은 연평도 포격으로 한국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이 희생된 사실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 분위기다. 도리어 중국 언론들은 연평도 일대가 남북한 간에 영해 논란이 계속된 지역이고, 북한군의 포격 전 한국군이 북쪽을 향해 먼저 포격을 했다는 북한 측 주장을 부각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개입과 이에 따른 중국 압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평도 사태를 구실로 미군이 한반도 분쟁에 더 깊숙이 개입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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