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 옵션 쇼크, 연평도 포성 … 큰손들 악재때 주식 더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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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11·11 옵션 쇼크’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등 잇단 악재에도 고액 자산가들은 오히려 주식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고액 자산가들을 많이 관리하는 서울 강남지역의 5개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취재한 결과다. PB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최근 악재 이후 주식을 더 사겠다는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강남프리미어블루 임병용 팀장은 “천안함 사태로 인한 학습효과 때문에 사태 추이를 관망하는 쪽보다는 매수 기회로 보는 쪽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연평도 포격 당시 해외 증시를 활용해 돈을 번 투자자들도 있었다.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강남 전현진 PB는 “일부 투자자는 우리 시간으로 5시에 마감하는 홍콩 증시에 직접 투자하거나, 중국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싼값에 사들였다”며 “투자를 위해 미리 환전을 해놨다 환율이 급등하자 원화로 재환전해 환차익을 얻은 투자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류남현 부장은 “예상 밖의 사건으로 조정 장세가 빨리 왔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주식과 주식 관련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고액 자산가들의 주식 선호 종목 1순위는 정보기술(IT)주였다. 하나대투증권 강남WM센터 이승준 차장은 “고액 자산가들은 지난 6개월 동안 미리 조정을 받았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IT 업종을 최우선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비싸서 못 샀던 주식을 담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투자증권 임병용 팀장은 “최근 주가가 출렁일 때 대형주의 낙폭이 컸기 때문에 자동차·화학·조선 등 그동안 비싸서 못 샀던 주식에 대한 비중을 늘린 투자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다 보니 고수익 고위험 상품인 자문형랩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대우증권 PB갤러리아 윤성환 4센터장은 “랩 상품은 종목에 따라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함께 들어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랩 상품 중에서도 목표전환형이 인기”라고 말했다.

 주가연계증권(ELS)은 ‘맞춤형’이 대세였다. 류남현 부장은 “현재 좋은 종목보다 미래에 주가가 많이 오를 보험·증권·건설 업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등 개인별 맞춤 ELS에 대한 투자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공모 ELS는 현재 잘나가는 종목 위주로 기초자산이 구성되는 데 비해 개별 ELS는 지금은 별 볼일 없지만 6개월 뒤 좋아질 종목에 소신껏 투자할 수 있어 만기 시 수익을 내기가 더 유리하단 설명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모 ELS의 발행 규모는 줄어드는 반면 사모 ELS의 발행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원자재와 관련한 상품 문의도 늘었다. 류 부장은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예상되면서 원자재 ETF를 모아 투자하는 상품에 대한 가입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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