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맛집 발굴 ‘맛있는 상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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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24일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이경환 바이어가 맛집 네트워크로 제보받은 강남구 신사시장 내 한 떡볶이집을 방문해 맛을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 홍순지(26) 주임은 친구들 사이에서 ‘빵순이’로 통한다. 매주 한두 차례씩 홍대앞과 이태원, 서래마을 등의 소규모 동네 빵집과 카페를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주말 집들이나 모임에 갈 때도 해당 지역 빵집을 빼놓지 않고 들른다.

 홍 주임이 이처럼 빵집을 줄기차게 찾는 것은 새로운 동네 빵집의 맛 정보를 현대백화점 사내 인터넷 게시판의 ‘식도락 네트워크’에 등록시키기 위해서다. ‘식도락 네트워크’는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을 비롯한 현대백화점 그룹 소속 직원들이 경험한 맛집 정보를 다른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만든 게시판이다. 단순히 정보만 공유하는 게 아니다. 등록된 맛집은 담당 직원이 직접 찾아가 맛을 보고, 뛰어난 곳은 백화점에 입점시킨다.

 현대백화점이 이 게시판을 개설한 것은 지난 9월. 동네 맛집을 발굴해 백화점에 입점시키면 중소 상인을 지원하면서도 백화점 매출을 늘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비전문가인 일반 직원들이 맛집 정보를 올리는 만큼 상호와 위치만 정확히 입력한 뒤 매장·메뉴 사진·메뉴 품평 등은 자유롭게 올리도록 했다.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게시판에 정보를 올린 직원들에게는 추첨을 통해 외식상품권 등을 선물로 줬다. 지금까지 결과는 성공적이다. 게시판이 생긴 지 석 달 만에 150여 곳의 맛집이 등록됐다.

 사실 골목 맛집 입점은 뿌리가 깊다. 현대백화점은 3년 전부터 중소 상인인 골목 맛집의 백화점 입점을 추진해왔다. 2008년 이 회사 압구정 본점에 입점한 송파김밥집은 매년 50%가 넘는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현재 10여 곳의 골목 맛집이 백화점에 매장을 내고 영업 중이다.

이 회사 상품본부 문경환 차장은 “동네 골목 상권에도 실력이 우수한 맛집이 즐비하지만 소규모로 운영하다 보니 실력을 펼칠 기회가 부족했다”면서 “백화점 입장에선 새로운 맛을 원하는 고객을 만족시키고, 상인들은 매출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어 윈윈”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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