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을 드세요” 베이커리 삼국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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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파리바게뜨

‘베이커리 대전-’.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계의 경쟁이 뜨겁다. 매장 수가 5000개에 육박할 정도로 시장이 성숙하면서 업체마다 물러설 곳이 없다는 긴장감이 넘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업체 간 경쟁이 몸집(매장 수) 불리기 대결이었다면, 이번엔 개성적인 이미지와 인테리어를 앞세운 차별화 경쟁이 두드러진다.

 11월 말 현재 업계 1위인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은 2600여 개의 매장을, 2위인 CJ푸드빌(뚜레쥬르)은 14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 뒤를 크라운 베이커리와 브레댄코 등이 쫓고 있다. 업계에선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시장 규모를 1조5000억~2조원대로 추산한다. 새로운 경쟁에 불을 댕긴 것은 파리바게뜨다. 최근 카페 형태의 매장을 집중적으로 늘리고 있다. 커피 전문점으로 향하는 여성과 젊은 소비자를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매장 인테리어가 우선 달라졌다. 푸른색과 회색을 기본으로 하는 널찍한 공간에 나무가 아닌 스테인리스로 만든 장식장 등을 과감히 사용했다.

 매장 내·외벽에는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간판도 군더더기 없는 파란색 네온글씨로 바꿔 세련미를 더했다. 베이커리 업계가 인테리어에 따뜻한 느낌의 색채를 선호해온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변신이다.

파리바게뜨 측은 “‘베이커리 치고 너무 차가운 느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많은 소비자가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제품도 기본적인 빵류 외에 푸딩과 에그 타르트 등 유럽 스타일의 맛 개발에 중점을 둔다.

뚜레쥬르

  2위 업체인 뚜레쥬르는 따뜻하고 안락한 ‘가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매장에서 직접 빵을 반죽하고 구워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Artisan Bakery(장인의 빵집)’라는 점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프리미엄 과자 브랜드 ‘마켓오’를 성공시켜 주목받은 노희영씨를 영입해 매장 리뉴얼을 돕도록 했다. 매장은 부드러운 느낌의 밝은 갈색과 녹색으로 꾸몄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문을 연 분당 서현점을 시작으로 이 같은 이미지를 전체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뚜레쥬르 측 관계자는 “아직 전체 매장 컨셉트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제품이 몸에 좋은 가정식을 지향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시범매장을 운영해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새로운 인테리어와 컨셉트 등을 확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댄코

 후발 주자인 브레댄코는 ‘자연을 담은 베이커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친환경·한국적인 컨셉트를 강조한다. 매장에는 원목을 그대로 사용한 인테리어를 적용해 세련미보다는 편안함과 친근감을 주는 데 주력했다. 천연효모를 넣은 식빵과 앙팡(앙금빵), 취나물이나 사과 등 우리 땅에서 난 제철 재료로 만든 제품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제과 명장인 임헌양씨를 기술고문으로 영입해 제품과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 홍수현 이사는 “천연효모 함량을 늘리고, 케이크에는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는 등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제대로 된 제품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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