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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명 다리 위로 몰려 370여 명 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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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2일 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전통 물 축제 ‘본 옴 뚝’에서 수천 명의 관람객이 뒤엉켜 숨지는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행사장에서 인파에 깔린 사람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378명 이상이 숨지고 700여 명이 다쳤다. [프놈펜 로이터=연합뉴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킬링필드 이후 최대 참사가 일어났다. 22일 오후(현지시간) 프놈펜에서 열린 전통 물축제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 적어도 378명이 숨지고 700여 명이 크게 다치는 등 참극이 벌어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AP 등은 프놈펜 캄메트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가 많고, 다수의 사람들이 사고 현장인 다리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강으로 뛰어들어 익사했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어 인명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친 사람들이 몰린 캄메트 병원은 더 이상 환자를 수용할 수 없어 중상자들이 병원 복도에 방치돼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영자지 프놈펜 포스트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23일 오전 TV를 통해 이번 참사는 크메르루주 정권 이후 최악의 비극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1975~79년 크메르루즈 정권은 자국민 170여 만 명을 학살한 ‘킬링필드’ 사건을 자행했다.

 참사는 22일 오후 9시30분쯤 프놈펜의 연례 물축제인 ‘본 옴 뚝’의 마지막 행사이자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톤레샤프 강의 보트 경주가 끝난 뒤 벌어졌다. 수천 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인 코피치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음료를 팔던 한 행상은 “다리 위로 인파가 몰렸다. 처음엔 10여 명이 넘어졌는데 그 뒤로 사람들이 잇따라 넘어지면서 뒤엉켜버렸다”고 말했다.

 다리가 좁아 뒤 사람에게 밀려 앞으로 쓰러진 사람 위로 다른 관람객들이 넘어져 5중, 6중으로 누르는 바람에 대형 압사 사고로 번졌다. 프놈펜 포스트는 “대혼란 속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 치던 사람들이 다리 위에 걸쳐져 있던 조명선을 끌어당겼다. 이로 인해 집단 감전이 일어나 피해자 수가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상당수 사람들은 압사를 피해 다리 밑으로 뛰어들었으나 물살이 빨라 구조의 손길이 닿지 못했다.

 CNN은 ‘관람객들이 빨리 이동하도록 경찰이 다리를 향해 물 대포를 발사했고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강으로 떨어졌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전했다. 프놈펜의 물축제는 장마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사흘 동안 메콩강 일대에서 열리는 연례 행사로 매년 수백만 명이 몰려 인명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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