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북핵위기’ 현장에 있었던 그린 전 백악관 보좌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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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평양을 방문해 북한 당국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받음으로써 제 2차 북핵 위기 발발 현장에 있었던 마이클 그린(사진)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현 조지타운대 교수)는 “당시 북한의 농축 기술 수준과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우라늄 핵무기 생산체제를 완성하려면 5~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22일 밝혔다. 그린 전 보좌관은 “당시 북한이 원심분리기 등 HEU 핵개발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 장비 및 원료를 확보했다는 분명한 증거를 갖고 방북해 평양으로부터 사실임을 확인했다”며 “그런데도 미국이 그동안 영변의 (플루토늄) 핵원자로 동결에만 주력해온 건 큰 잘못이며 앞으론 우라늄 핵개발을 심각한 문제로 간주하고 본격적인 해결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바마 미 행정부는 북한의 우라늄 핵개발에 대해 강경한 정책으로 나갈 것이며 섣불리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나쁜 행동을 보상해 주면 잘못된 신호를 줄 뿐이라는 입장이 명확하다”며 “게다가 이달 초 중간선거 결과 북한에 한층 강경한 공화당이 미 의회를 장악하게 되는 만큼 국내정치적으로도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그린 전 보좌관은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긴급 방한한 건 북한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의 동북아 순방은 북한의 우라늄 핵개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대응을 조직화하기 위한 목적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은 한국·일본·중국 등 주변국과 공조해 북한의 우라늄 핵 문제를 다루려 할 것이며, 특히 중국을 집중 설득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북한이 도발을 계속한다면 양자 또는 안보리 중심의 다자 제재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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