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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⑬ 천안 서북구 성정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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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서북구 성정동은 경부선 철도 위로 신성교·동서고가도로가 놓여져 신부동과 연결되면서 가구거리·천안문화원 등이 자리잡은 도심 역할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북부구획지구정리사업으로 신도심 대열에도 끼어들었다. 사진은 성정2동 대우성정프라자에서 백석동·두정동쪽을 바라본 모습. [조영회 기자]

원도심과 신도심 중간에서 천안의 신구(新舊) 두 모습을 모두 품고 있는 성정동(星井洞). 천안 서부 중심지로 떠오르는 북부구획지구, 옛도심으로 볼 수 있는 성정동가구거리·천안문화원의 봉정사거리. 30여 년새 큰 발전과 변화를 겪어온 이 동네를 살펴보자.

글=조한필 기자
사진=조영회

최근 성정동과 신부동을 잇던 신성3교 개량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다리는 동서고가도로가 가설되기 전까진 성정동 등 천안서부지역을 옛 도심과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이제 다리가 노후화돼 보수가 불가피해 졌다. 내년 4월까지 총사업비 90억원을 들여 노후한 다리 부분(151m)을 철거하고, 노후 암거(72m)를 보수한 후 다리(45m)를 추가 설치한다.

 성정동은 여러 번 달라졌다. 북부토지구획정리사업(240만㎡)으로 두정동이 개발되면서 동 구역 경계가 모호해졌다.

 “왜 롯데마트 성정점이라고 할까?” “어? 와촌동이 서북구이고, 성정1동주민센터 관할이래.” 시민들이 동 관할 구역을 가장 헷갈리는 데가 성정동이다. 성정2동은 몇년 전 두정동이 개발되면서 구역이 애매해 졌고, 성정1동 지역은 봉명동과 미묘하게 경계를 이루고 있다. 롯데마트 성정점와 성정중학교, 시민문화여성회관 있는 곳은 이름에서 보듯 엄연히 성정1동이다.

 

성정2동 롯데마트 부근인 지정리 일대의 1960년대 모습. 반공시범부락 안내판이 시대 상황을 말해준다. [천안시 제공]

북부토지구획정리사업에 성정동 지역이 포함돼 있어 두정동과 같이 개발됐다. 이때문에 성정동은 2002년 말 부터 2년간 ‘러브호텔 소송’을 겪는다. 천안시가 성정동 주민 민원에 따라 인쇄창(현 KT&G) 앞의 러브호텔 건축 신청 14건을 무더기로 반려하자 건축주들이 소송을 냈다. 사법부는 “주거와 교육 등 주변환경을 고려해 시 건축심의위를 거쳐 불허 처분한 것은 시의 재량권 남용으로 볼 수 없다”며 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8건의 기존 숙박시설 허가는 어쩔 수 없었다. 현재의 신개발지 유흥지대가 탄생한 배경이다.

 성정동을 관할하는 주민센터(옛 동사무소)는 성정1동, 성정2동 두 군데다. 성정2동주민센터 관할 법정동은 성정동과 와촌동 등 2개 동이다. 성정1,2동과 와촌동을 합친 면적은 3.51㎢로 인구는 4만2231명(10월 말 현재)으로 천안시 전체 인구(56만6953명)의 7.4%가 이곳에 산다.

 

임상은 성정2동 새마을협의회장

◆두번 크게 바뀐 성정동=임상은(64) 성정2동 새마을협의회장은 천안서초교 인근에서 태어나 지금껏 성정동에 살고 있다. “내가 태어난 곳은 딸기·포도밭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다 고인이 된 전병규 전 천안문화원장 중심으로 주민들이 1970년대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했다. 그후 경부선 철길을 넘어가는 신성교가 1987년 개통돼 성정동에서 옛 천안시청(현재 동남구청) 및 신부동, 천안IC 가는 길이 열렸다. 예전에 철도 밑 지하차도를 이용했다.

 “정말 획기적인 일이었다. 성정동에 천안문화원이 세워지고(1992년) 한국담배인삼공사 인쇄창이 세워지면서 성정동이 도심지로 변하기 시작했다.” 성정동에 가구집이 하나 둘 모여 가구거리가 자연스레 조성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성정동의 두번째 변화는 1998년 동서고가도로(1160m) 개통이다. 천안IC 및 국도 1호선과 성정동이 경부선 철길을 넘어 뻥 뚫린 것이다. 북부구획지구 개발에 함께 새로 열린 길이다. 불당동·백석동 등 2000년대 본격화될 천안 서부지역 개발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경부선 철도를 가로지르는 이들 도로 외에 천안의 주요 남북도로가 대부분 성정동을 관통한다. 동쪽부터 봉정로, 쌍용대로, 서부대로. 천안 개발 축의 변화를 반영하듯 서쪽 방향으로 연이어 개통됐다.

 

◆착공 앞둔 동서관통도로=옛 천안시청 문화동 버들육거리에서 서부대로까지 총 길이 2180m, 폭 30m의 도로가 개설될 예정이다. 시는 전체 구간을 1, 2, 3단계로 나눠 추진하고 있다. 1단계(880m) 구간은 문화동 버들육거리~와촌동 봉명1교 구간이다. 2구간(840m)은 봉명1교부터 쌍용대로, 3단계(420m) 구간은 쌍용대로에서 서부대로로 이어진다. 특히 1단계는 성정1동을 관통한다. 경부선 철길 아래로 지하도로를 뚫어 신동아파밀리에아파트와 와촌초교 사잇길로 연결된다.

 시는 1구간을 2014년까지 1145억원 예산으로 폭 30m, 길이 880m 도로로 개설한다. 토지보상비로 올 예산에 150억원이 편성돼 이미 일부 보상을 마쳤다. 1단계 구간 중 문화동 옛 시청사 바로 옆 지점부터 신동아아파트까지 710m는 지하차도로 건설된다. 내년 초 철도 구간 및 일부 지역 지장물 철거 공사가 시작된다.

 지난달 주일원 시의원은 시정질의를 통해 봉명1교가 넓혀지지 않으면 동서관통도로 1구간이 개통되더라도 반쪽 도로가 될 거라고 지적했다. 2구간에 포함된 봉명1교가 편도 1차로로 비좁아 1구간이 개통되면 심각한 교통지체 현상이 빚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동서관통도로가 도로로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최소한 쌍용대로까지 동시 개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당 건설도시국장은 “예산 때문에 2, 3단계 구간은 2016년 완공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주민들 감사패 받은 성정1동장= 나기수(53)성정1동장이 지난달 주민들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근무시간 외에도 동네를 돌며 주민들 안전과 생활환경 개선에 힘써온 데 감사한다는 내용이었다.

 2008년 부임한 나 동장은 당시 입주가 시작된 천안서부역 앞 와촌동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 단지 주변을 돌아보니 큰 걱정이 들었다. 황량한 벌판에 지어진 아파트단지 주변에 교통안전시설은 전혀 갖춰지지 않았고 진입로 조차 편도 1차선으로 사고위험이 컸다. 그는 즉시 이 같은 문제점을 시청에 보고했다. 임시로 안전 구조물이 설치됐다. 진입도로도 시 예산으로 차량 교행이 가능하도록 확장됐다. 도로 안전시설로 가로화단을 설치해 불법 주정차 차량도 없앴다. 천안천 변 컴컴한 주변 도로에도 야간 범죄 예방을 위한 가로등이 추가로 설치됐다.

 이 같은 노력으로 아파트 주변 교통사고와 치안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 12일 나 동장에게 고맙다는 뜻을 담은 감사패를 전달했다. 백철호 입주민대표회장은 “성정1동 관내 외곽에 있는 우리 아파트에 많은 신경을 써 준 동장님께 감사하다”며 “평소에도 늘 단지 주변을 돌며 불편사항을 점검해줘 모두 고마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거노인의 파수꾼’ 성정2동장=“우리 동장님은 어르신들한테 너무 잘 해요.” 정경현(53) 성정2동 새마을부녀회 총무가 전흥진(57)동장을 추켜 세웠다. 성정2동은 전 동장이 2009년 부임하면서부터 홀로 사는 노인들 생신을 챙겨드리는 전통을 세웠다. 전 동장은 “부임 초기 한 무의탁 노인 댁을 방문했는데 생신날 점심도 못 드신 걸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던지 그 날로 ‘생신 챙겨드리기’사업을 실시했다”며 “그러나 이 사업은 주민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자발적으로 나선 주민 10여 명과 주민센터 사회복지사, 그리고 관내의 롯데마트가 팔을 걷고 나섰다. 롯데마트 성정점은 90세 이상인 24명 ‘장수 어르신’을 맡았다. 내년에는 90세 이상 장수 할머니·할아버지가 9명 더 늘어난다. “우리 동네에는 장수 어르신이 많다. 지난 지방선거때 천안 최고령자로 파악된 104세 곽금례 할머니도 우리 지역 주민이다.” 곽 할머니는 올 초 건강이 안 좋아져 요양시설에 입원했다.

 지난 9월엔 주민들이 80을 눈앞에 둔 오현진·김정이 할머니를 모시고 관내 식당에서 조촐한 생신상을 차려 드렸다. 정 총무는 “두 할머니가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모른다”며 “자식이 있어도 형편이 좋지 않아 못 찾아온다며 되레 자식 걱정을 해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지명 역사

성정동 지정리,풍천리가 합해져 성정리가 됐고 1963년 성정동으로 개칭.

지정리(紙井里) 닥나무가 많고 물이 좋아 한지 많이 생산. 롯데마트부터 인쇄창까지 지역.

구상골(九相谷) 재상 아홉이 나올 땅이란 뜻. 1963년 고인돌 9개 발견. 신성교부터 가구거리까지.

하릿벌(下里) 화릿불로도 불렸음. 6.25 피난민이 살면서 시장 형성. 성정1동주민센터에서 서부역사까지.

와촌동(瓦村洞) 일제강점기 황금정(黃金町)이라 불리다가 ‘기와마을’ 뜻으로 바꿈.

성정5단지 시장과 성정공원

비가림 아케이드 설치 … 생태공원은 웨딩촬영 명소로

 

지난 16일 성정공원 정비 작업에 나선 희망근로사업 참여 주민들.

성정1동의 주공5단지(아파트) 재래시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난달 상점들 머리 위로 말끔하게 비가림 시설 아케이드가 설치됐다.

사업비 13억원이 투입돼 길이 120m의 최신식 아케이드가 등장한 것이다. 화재발생 때 조기 진화할 수 있는 기능과 계절 변화에 따라 공기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자동 개폐장치, 방송 설비가 설치됐다. 성정 5단지 시장은 2008년 전선 지중화 사업이 시행됐고 지난해 주차장도 가까이 설치되더니 이번엔 아케이드가 완공돼 ‘시장 현대화’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이다. 16일 오전 9시 시장 입구의‘새마을상회’. 남편과 함께 열심히 배추를 가게 앞에 쌓고 있던 김순자(64)씨는 “2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했는데 요즘처럼 신날 때가 없다”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손님들이 시장을 보는 데 지장이 없으니 장사가 잘 된다”고 말했다. 순대집을 운영하는 50대 여성도 “아케이드를 씌우니 시장 전체 분위기가 고급스러워진 것 같다”며 “그에 맞춰 상점들도 깨끗하게 정리된 모습으로 손님을 맞으려 한다”고 했다.

 성정2동에서 크게 달라진 곳은 어딜까. 두정동과의 경계에 있는 성정공원이다. 이날 오전 9시30분 약간 쌀쌀한 날씨인데도 야트막한 구릉에 조성된 공원을 오르는 주민 세명을 만날 수 있었다. 지병때문에 걸음이 자유롭지 못 한 이모(75)씨는 “아침마다 이 공원에 오르내리는 운동을 하고 있다”며 “올 초부터 야생화를 심어 공원 전체가 꽃 동산을 변해 눈이 즐겁고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예전엔 롯데마트 뒷편의 이 곳은 유흥업소를 앞에 두고 있어 시민들 관심에서 벗어났던 공원이었다. 그러나 생태공원으로 새단장을 하면서 주민들 사랑을 받고 있다. 인근 주민들 방문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인근 유치원 원아들의 자연학습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희망근로사업(지역공동체)으로 공원 정비 작업에 참가한 조난초(61·여·성정1동)씨는 “올 봄에는 많은 예비 신랑·신부들까지 아름다운 꽃동산을 배경으로 웨딩촬영하기 위해 많이 찾았다”고 전했다. 2만㎡ 공원에 야생화 총 5만6000본을 심고 돌탑을 군데군데 조성했다.

맛집 즐비한 성정동

시민문화여성회관 부근 원도심 음식점들 옮겨와

“천안 맛집 성정동에 다 모였네.” 그도 그럴 것이 두정동 극동아파트 맞은 편에 많은 음식점이 몰려 있는데 이곳이 바로 성정2동 관내다. 지난해 럭셔리 중식 레스토랑 ‘슈엔’이 문을 열었다. 짬뽕·자장면 맛으로 유명한 ‘동순원’(성환)의 큰 아들(송훈 대표)이 개업한 정통 중식당이다. 천안 처음으로 수제 딤섬을 선 보이는가 하면 보양식으로 정평이 난 불도장(佛跳墻) 맛도 지역에 전했다.

 또 신부동에서 생태찌개로 명성을 날리던 ‘어머니밥상’, 원도심에 있던 수육과 칼국수 맛이 일품인 ‘맛나식당’ 등이 성정동으로 이전 개업했다. 옛 천안시청 옆 ‘구안성식당’도 ‘신안성식당’으로 이름을 바꿔 옮겨왔다.

 또 롯데마트 성정점 맞은 편의 ‘목포홍탁’ ‘남해복집’ 등은 천안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주민센터 주변으로도 맛집이 즐비하다. 성정2동의 경우 ‘연안밴댕이집’ 성정1동에선 ‘엄가네 뼈해장국집’. 6년 전 이곳에 자리잡아 천안 해장국의 새역사를 쓰고 있다. 넓은 홀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손님으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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