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복지·국방비 세금 더 걷어 충당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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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앞으로 5년간 국민이 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사회복지 분야의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데다 국방분야의 예산도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11일 국회에서 5개년(2005~2009년) 국가재정 운영계획 수립 및 새해 예산안 편성방향에 대한 3차 당정협의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당정은 애초에 올해 19.5%인 조세부담률(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수입 비중)을 2009년에는 20.1%로 유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늘어나는 재정지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보고 조세부담률을 올리기로 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상향 폭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1~2% 정도는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은 또 경기부양을 위해 GDP의 ±1%로 제한된 경기조절용 재정수지 폭을 ±2%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중소기업, 산업분야 지원은 최소화할 계획이어서 성장보다는 분배에 치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 세금 늘려 재정지출 감당=당정은 앞으로 5년간 복지 예산(연평균 9.3%)과 국방 예산(연 9~10%)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이 예산을 마련하려면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길밖에 없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당의 입장에서 세금을 더 거두라고 말하는 것은 부담이 있지만 급증하는 복지.국방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조세부담률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부동산 보유세 등을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어 국민의 세금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당정이 재정지출 운용의 폭을 늘리기로 한 것은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 부양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경기부양을 이유로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나랏빚이 늘어 국민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그런데도 당정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2006년 30%에서 2009년에는 26%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 성장보다는 분배에 치중=SOC 투자와 중소기업 지원 등 경제분야 재정지출 증가율은 향후 5년간 연 1~2%대로 정해졌다. 같은 기간 국가 전체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6.6%)보다 낮은 수준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는 인천공항 2단계 사업이나 부산.광양항 확충과 같은 굵직한 현안사업 투자에 치중하고 일반 경제분야에는 민간자본이 투자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거처럼 정부가 SOC투자와 중소기업지원을 다 책임지지 않고 이 분야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일 계획이기 때문에 정부의 경제 예산 비중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가 성장을 위한 경제분야보다는 분배에 치중한 예산 운영을 한다면 잠재성장률 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윤.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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