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시너지 기대 … 특혜시비도 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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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은행권 인수합병(M&A) 구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우리금융지주의 인수 후보 중 하나였던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여부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위한 입찰참가의향서 제출이 마감되는 26일까지 결론 날 전망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선택할 경우, 우리금융의 인수전에 참가할 수 없게 된다. 자연스레 우리금융 민영화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도다.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에 넘어가면, 우리·KB·신한·하나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자산 규모 310조~330조원 정도의 엇비슷한 덩치가 된다.

 ◆외환은행으로 약점 커버=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16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게 된 것은 상업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외환은행은 국내에서 외환업무의 40%를 점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직원들도 우수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기업금융을 해오고 있는 외환은행을 외국계 금융회사에 맡기는 게 과연 좋은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프라이빗뱅킹(PB)과 소매분야에 강한 하나금융으로선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기업금융과 외환업무에 강한 외환은행 인수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계 일부에선 하나금융이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금융 인수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자산 200조원(3분기 말 기준)의 하나금융이 자신보다 덩치가 큰 우리금융(332조원)을 인수해 합병할 경우 단숨에 업계 선두로 나설 수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으로선 자금부담이 큰 데다, 자칫하면 특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시장에선 하나금융이 일단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57% 중 절반 정도를 3조5000억원 안팎에 사들인 상태에서 합병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합병을 한다 해도 예보가 대주주로 남아 있으므로 독자경영을 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또 매각 대상인 우리금융의 반발도 큰 상태였다. 우리금융은 하나금융과의 합병에 반대하고 과점주주 컨소시엄 형태의 독자 민영화 전략을 추진해 왔다.

 게다가 김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동창이란 인연 때문에 정치적인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이에 비해 외환은행은 론스타가 보유한 지분 51%를 모두 현금으로 사야 하는 것이 부담이긴 하지만, 우리금융을 인수했을 때보다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긍정적이란 평가가 많다.

 합병이 순조로울 경우 자산 총액면에서도 1위는 아니지만 경쟁사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규모가 된다. 그동안 하나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에선 규모가 가장 작아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부증권 이병건 애널리스트는 “하나금융의 경우 우리금융보다는 외환은행과 합병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더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인수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민영화에 영향=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우리금융 민영화엔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입찰참가의향서를 낼 후보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꼽혀 왔다. 하나금융이 빠지면 우리금융 주도의 컨소시엄만 의향서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단독입찰이 돼 경쟁입찰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 민영화 일정은 난관에 부닥칠 수도 있다.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예보 측은 “아직까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26일 의향서 접수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면 현실적으로 우리금융 민영화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예보가 가진 우리금융 지분을 단계적으로 분산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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