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진 “30분밖에 못 잤지만 생각대로 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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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진이 남자 유도 66㎏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주진은 2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단 한 경기만 치르고 탈락한 아쉬움을 씻어내며 한국 유도의 ‘기대주’에서 간판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광저우=김성룡 기자]

기대주 김주진(24·수원시청)이 한국 유도의 금맥을 이어 갔다.

 김주진은 15일 광저우 화궁체육관에서 열린 유도 남자 66㎏급 결승에서 미르조히드 파르모노프(우즈베키스탄)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유도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여섯 번째 금메달을 따내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유도가 가장 많은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의 7개다.

 1회전에서 메네이아위 알리(사우디아라비아)에게 한판승을 거둔 김주진은 8강에서 이라시 미레스마에일리(이란)를 상대로 2분17초 만에 업어치기에 이은 어깨로메치기 한판승을 따냈다. 가장 큰 고비였던 준결승에서도 시원한 한판승이 나왔다. 김주진은 올해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모리시타 준페이(일본)와 접전을 벌인 끝에 1분26초 만에 발뒤축 한판으로 제압했다. 김주진은 “운이 좋아 일본 선수를 제압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결승전에서 김주진은 초반부터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주무기인 허벅다리걸기와 업어치기를 시도하며 파르모노프를 압도했다.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김주진은 3분12초쯤 안다리걸기를 성공시켜 절반을 얻어 냈고 이후 파르모노프의 맹공을 잘 막아내 우세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주진은 “많이 준비하고 와서 좋은 성적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 금메달을 따 기분이 무척 좋다. 내 스타일대로 경기가 잘 풀렸다”며 “금메달을 따는 순간 부모님이 생각났다. 전날 부모님과 통화했는데 ‘무조건 금메달을 따오라’고 하셨다”고 기뻐했다. 그는 “전날 체중 조절 때문에 30분 정도밖에 잠을 못 잤지만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2008년 2월 파리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은 김주진은 그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픈 경험을 했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했지만 2005년과 2007년 세계선수권을 연속 우승한 후앙 데를리(브라질)에게 경기 종료 33초 전 효과를 내줘 패했기 때문이다. 한 경기만 치르고 올림픽 무대를 떠났던 김주진은 이후 ‘유망주’ 딱지를 떼기 위해 땀방울을 흘렸고, 2년 뒤 광저우에서 마침내 노력의 대가를 받았다. 김주진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편한 마음으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숙적 아키모토 히로유키에게 져 은메달에 머문 뒤 아쉬워하는 왕기춘. [광저우=김성룡 기자]

 한편 남자 73㎏급의 왕기춘(22·용인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은메달에 머물렀다. 준결승까지 순항한 왕기춘은 결승에서 숙적 아키모토 히로유키(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기 내내 업어치기를 시도하며 적극적으로 공격했지만 아키모토의 방어에 번번이 막혔다. 결국 연장전 종료 23초를 남기고 업어치기를 시도하다 역습을 당해 다리잡아메치기로 유효를 내줘 골든스코어로 패했다. 왕기춘은 지난 9월 도쿄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아키모토에게 져 3연패에 실패한 데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눈물을 삼켰다. 여자 57㎏급 김잔디(19·용인대)도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마쓰모토 가오리(일본)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광저우=김효경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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