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외부 위촉위원 57명 ‘집단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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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가인권위원회의 전문·자문·상담위원 57명이 집단으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인권위가 외부인사 중에서 위촉한 위원들로, 전체 전문·자문·상담위원 숫자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상임위원 2명과 비상임위원 1명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인권위가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집단 사퇴는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들 위원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사태와 관련해 15일 서울 중구 인권위를 방문해 동반 사퇴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원들은 “현병철 위원장이 임명된 이후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정부에 부담이 될 것 같은 사안들에 대해서는 의견 표명을 하지 않거나 기각하는 등 반인권적인 결정을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인권위를 지키려고 인권위를 떠난다. 인권위가 소위 인권 전문가라고 하는 우리 57명에게 부여한 모든 ‘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위원들은 이어 “더 이상 무인권 정책으로 일관하는 현 체제에 기대할 것이 없다. 현 위원장이 하루빨리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자진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 고 덧붙였다.

  이들은 15일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 입장을 발표한 뒤 위원장실을 방문해 사퇴서 57장을 제출하고 위촉장을 반납할 계획이다. 김덕진 인권위 전문위원은 “자문위원 사퇴를 시작으로 뜻을 함께하는 대학교수 등 지식인들의 입장 발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권위는 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이 지난 1일 현 인권위원장의 조직 운영 방식에 항의하며 사퇴한 데 이어 조국 비상임위원도 10일 물러났다. 또 김창국·최영도 등 전 인권위 위원장과 전직 인권위원들은 8일 “현 위원장은 최근 인권위 파행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책임 있는 처신을 취하라”며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 12명도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11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들 야당 의원은 “현 위원장의 독단적 조직 운영으로 대통령과 여당이 추천한 상임위원마저 동반 사퇴하는 파국을 야기했다”고 사퇴 촉구의 이유를 밝혔다.

 청와대는 법무법인 ‘오늘’의 김영혜 대표변호사를 새 상임위원으로 내정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 집단사퇴로 인권위의 내홍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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