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키우는 ‘햇빛 샤워’가 환절기엔 보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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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최근 감기에 걸려 기침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호흡기 바이러스가 활개치는 계절이 온 것이다. 지금까지 존재와 특성이 규명된 바이러스는 약 5000만 개다. 우리가 아직까지 알지 못하는 수는 그보다 100배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내 몸을 지키는 기술 보니 헨리 지음). 요즘처럼 일교차가 10도 가까이 벌어지면 신체 밸런스가 흐트러져 ‘면역력’이 깨지고 바이러스에게 공격당하기 쉽다. 초겨울에 유행하는 호흡기 바이러스와 이를 막을 수 있는 면역력 높이는 방법을 알아보자.

바이러스는 예방이 최선의 방책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는 여덟 가지다. 이 중 아데노바이러스·엔테로바이러스·라이노바이러스·RS(호흡기 세포융합)바이러스·코로나바이러스·인플루엔자(독감) 등 여섯 종류가 요즘 극성을 떨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호흡기바이러스 주별 발생 양상’(질병관리백서)에 따르면 아데노바이러스는 11월부터 1, 2월까지 활동성을 이어가며 목감기 등 급성호흡기질환을 일으킨다.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의 주 원인인 라이노바이러스는 10~11월, 3~4월에 활동력이 강해 감기나 천식에 영향을 준다.

RS바이러스는 감기보다 심한 기침, 호흡 곤란을 보이는 모세기관지염을 일으킨다. 엔테로바이러스는 수족구병이나 뇌염·장염을 일으키고, 11월부터 1월 사이에 많이 나타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으로 유명세를 탔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A·B·C형이 있는데 A형은 지난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N1H1(일명 신종 플루)이 속한다.

호흡기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소아에게 설사 등 장질환을 일으키는 로타바이러스·노로바이러스
도 겨울에 기승을 부린다.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과 이한성 책임연구원은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로타바이러스 등 일부를 제외하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다르다. 큰 차이는 생존 방식에 있다. 바이러스는 사람처럼 기생할 수 있는 숙주가 있어야 활동한다. 천연두와 에이즈의 원인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많이 알려졌다.

세균은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자생하는 능력이 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결핵·콜레라 등이 있다.

자율신경 균형 깨지면 면역력 약화
바이러스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숙주를 찾아 세력을 키우기 위해 언제든 우리 몸에 들러붙고 파고든다. 하지만 우리 몸도 바이러스의 공격에 방어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게 바로 ‘면역(免役)’이다. 똑같은 바이러스 환경에 노출돼도 감기에 걸리고 안 걸리고는 면역이 좌우한다.
생활 속 면역 강화법의 저자 아보 도루(일본 니가타대 대학원 의치학종합연구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선천적으로 허약한 사람도 있고 약이 잘 듣지 않는 체질도 있는데 가장 중요한 원인은 면역력”이라며 “면역력은 많은 병을 이기고 낫게 해주는 명의 중 명의, 즉 ‘수퍼 의사’”라고 소개했다.

우리 몸에서 면역 기능을 수행하는 첫 번째 주자는 ‘백혈구’다. 혈액 속의 혈구세포 중 하나인 백혈구는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를 잡아먹는 바이러스의 ‘천적’이다. 혈액 1㎣에는 4000~8000개의 백혈구가 있다. 백혈구는 대식세포·T림프구·B림프구·NK(자연살해)세포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침입자가 발견되면 출동한다.

혈관처럼 온몸에 뻗어 있는 림프절도 면역기관의 하나다. 림프절에서는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가 만들어진다. 건강한 사람은 림프구가 백혈구의 약 40%를 차지한다. 림프구도 몸 안에 바이러스 등 침입자에 맞서 싸우는데 한번 싸운 바이러스는 기억해 두 번째 침입 시 즉각 반응한다. 이것이 ‘항체’가 형성된 것이다.

몸속을 순찰 돌며 건강 파수꾼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들은 ‘자율신경’이 제어한다. 자율신경은 60조 개나 되는 신체 모든 세포의 기능을 조절한다. 자율신경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미영 교수는 “과도한 스트레스, 과음, 흡연, 불규칙한 생
활 등으로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지면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과격한 근육운동, 백혈구 감소시켜
어떻게 해야 면역력을 높일 수 있을까. 답은 오히려 간단하다. 자율신경의 균형을 이뤄 면역세포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면 된다. 자율신경은 규칙적인 식생활 습관과 적당한 운동으로 다스려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이상일 교수는 “운동을 하면 면역세포들의 흐름이 활발해져 신속하게 병원균을 찾아 제거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교수는 “하루 1, 2회 햇볕을 쬐면서 10~20분 정도 걷기만 해도 스트레스를 풀고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햇볕 샤워’는 면역력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D 합성을 돕는다. 면역에 좋은 운동 강도는 하루 30분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중간 정도다.

마라톤 등 너무 긴 거리를 달리거나 무리한 근육운동은 오히려 안 좋다.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던 사람이 면역기능을 높이겠다고 너무 과격한 운동을 하는 것은 역효과”라며 “과격한 운동은 혈액의 백혈구 수를 감소시키고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호르몬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많이 먹는다고 면역력이 좋아질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원 교수는 “지방 함량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면역기능이 감소하기 때문에 지방 섭취를 조절해야 한다”며 “원숭이에게 식사량을 줄이면 T림프구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비타민 B·C 등이 포함된 야채와 과일 섭취를 늘리면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 미네랄 중 아연은 면역기능 활성에 필수 영양소다. 원 교수는 “아연이 부족하면 림프구와 기타 면역세포들의 기능이 감소한다”며 “조개류, 육류, 콩이나 견과류, 굴에 풍부하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10도에 가까우면 신체 리듬이 깨지고 피로가 증가한다. 7~8시간 정도의 충분한 수면을 규칙적으로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충분한 수면은 면역력을 강화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도 촉진한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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