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노인요양시설 화재예방 총체적 점검 나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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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경북 포항의 노인요양원 화재 참사는 너무나 후진적이다. 고작 5평(17㎡) 남짓한 사무실을 태웠을 뿐인데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수용자 대부분이 치매나 중풍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기 때문이다. 미처 대피하지 못해 유독 가스에 질식한 것이다. 화재경보기만 있었더라도, 소방서에서 제때 알기만 했더라도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니 더더욱 안타깝다.

 현행 소방법은 건평 400㎡ 이상 건물에만 화재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이번에 불이 난 요양원은 기준에서 조금 모자란 396㎡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노인요양시설은 중증 환자를 수용한다는 점에서 규모와 상관없이 소방안전시설을 강화하는 게 맞다. 더불어 굳이 신고하지 않더라도 소방서에서 즉각 인지할 수 있도록 화재감시 네트워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정보기술(IT)이면 적은 예산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의 11%다. 이미 고령화 사회를 지나 2018년이면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이어 2026년이면 고령 인구가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초(超) 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자연히 노인요양시설도 급증하고 있다. 2005년 전국에 199곳이던 것이 755곳으로 늘었다. 불과 5년 만에 네 배가 된 것이다. 병상 수도 2만4171개에서 8만3324개로 증가했고, 한 해 진료비 규모도 1조3597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노인요양원 화재 참사는 고령화 시대의 어두운 이면(裏面)이다. 국가적으로 미처 경험하지 못한 시대 상황에 꼼꼼하게 대비하지 못한 노인복지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고령화 시대 노인복지를 좀 더 꼼꼼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우선 전국의 노인요양시설에 대해 총체적 점검에 나서라. 시설의 보완이 필요하다면 보완하고, 기준과 법규를 고쳐야 한다면 즉각 손질을 해야 할 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자조(自嘲)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효(孝)를 중시하는 동방예의지국으로서도 마땅한 처사가 아니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