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파인더 5분 7초] 새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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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수가 틀렸다’, 예측이 어긋났을 때 쓰는 말인데요. 2012년부터는 이 표현을 듣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현재의 지번 주소 대신 도로명과 건물번호로 표기하는 도로명 주소가 본격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도로명 주소는 도로 이름과 건물 번호가 중심입니다. 서대문구 미근동 209번지의 경찰청은 통일로 97로,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는 서소문로 88로 바뀝니다.

정부는 이같은 새 주소체계가 1년에 4조원 가량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집이나 건물을 찾기 위해 헤매는 비용, 예를 들면 자동차로 갔을 때 지체되는 비용과 길 막힘, 이런 현상을 보니까 4조 3000억원 정도 되는데, 그 외에도 각종 물류회사, 택배회사, 재난과 구호 관계에 있어서 늦게 도착하는 사회적 비용을 계산했을 때 그정도 나왔습니다." (송영철 행정안전부 지방세제관)

최근 도로명판과 건물번호판의 설치를 끝낸 정부는 내년 7월까지 확정 고시한 이후, 12월까지 현 주소와 새 주소를 병행 사용한다는 방침입니다.
벌써 관공서나 대기업에서는 우편물 등에 병행 표기를 시작했습니다.

하루 20만통이 오가는 서울 마포우체국에서는 약 0.5%, 1000통 가량의 우편물에 새 주소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아직 새 주소 분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우체국은 향후 체계가 안정되면 배달 업무가 보다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 주소가 집 찾기에도 편리하게 되어 있고,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습니다.”(최성호 마포우체국 집배원)

네비게이션 업체들 역시 주소 체계 변환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구 주소체계와 신 주소체계가 잘 연동될 수 있도록 서버에서 데이터베이스를 연동할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고, 이용자가 신주소체계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어플리케이션, 유저 인터페이스를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최종갑 SK텔레콤 데이터사업본부 매니저)

하지만 백년 가까이 써왔던 익숙한 주소 체계를 버리고 낯선 명칭과 시스템에 적응하기는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새로운 주소, 원리는 무엇인지 중앙일보 사회부 김상우 차장과 함께 짚어봅니다.

Q. 현재 사용되는 주소의 문제점은?

“현재의 주소는 일제 강점기인 1908년부터 사용하고 있는건데, 토지 중심으로 주소가 만들어졌습니다. 문제는 이들 주소가 연속적으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 미아동 1264번지 옆에 637번지가 있습니다. 한 지번에 여러 개의 건물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 수유동 산 127-1에는 일곱개의 건물이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여러개의 지번에 하나의 건물이 있기도 합니다. 이러다보니 그 동네의 부동산 중개인도 주소를 갖고 집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Q. 새롭게 만들어지는 도로명주소는 어떤 방식인가요?

"도로에는 도로명을, 건물에는 도로를 따라 건물번호를 매기는 방식입니다. 먼저 도로는 폭이 40미터 이상이거나 8차로 이상이면 '대로'를 붙입니다. 폭이 12미터에서 40미터까지이거나 7차 이하일때는 '로'를 붙입니다. '길'은 그보다 작은 도로입니다. 건물번호는 도로의 출발점에서 끝지점으로 가면서 10m마다 번호를 하나씩 높여가면서 붙이는데 길의 왼쪽에는 홀수, 오른쪽에는 짝수를 붙입니다."

Q. 혼란은 불가피할것 같은데 주의점은 뭔가요?

지번주소와 도로명주소를 상당기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됩니다. 특히 토지 대장이나 등기부 등 부동산 관련 문서에서는 지번 주소를 계속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합니다.

전문기자=김상우
기자=심수미
PD=이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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