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전설’깃든 3대 도시 광저우 … 연평균 23℃로 온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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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웨슈공원에 들어선 11m 높이의 오양(五羊) 석상.

베이징과 상하이에 이어 중국의 3대 도시인 광저우(廣州)는 ‘양의 도시(羊城)’ ‘이삭의 도시(穗城)’로 불린다. 먼 옛날 이곳에 여러 해 동안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다. 어느 날 하늘에서 다섯 빛깔의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다섯 명의 신선이 각각 양을 몰고 내려왔다. 그들은 양이 물고 있던 다섯 색깔의 벼 이삭을 주민들에게 전해 주면서 광저우에 영원히 기근이 들지 않도록 축원했다. 신선들은 떠났지만 인간을 사랑한 양 다섯 마리는 이곳에 남아 주민들을 위해 날씨를 조절했다. 광저우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1959년 지금의 웨슈(越秀)공원에 11m 높이의 오양(五羊) 석상을 만들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도 이 전설을 따라 양 다섯 마리로 정했다.

 중국에서 세 번째로 긴 주장(珠江)의 델타지역에 위치한 광저우는 아열대 계절풍 기후로 연평균 기온이 22.2~23.2℃다.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11월 기온은 최저 15.9℃, 최고 24.5℃로 1년 중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인구는 1035만 명(2009년 말 기준)이며, 개혁·개방 이래 30년간 연평균 13.6%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 내 경제 규모 3위의 대도시다.

 ◆제국의 상점이자 반란의 온상=광저우는 진시황이 이곳을 점령한 뒤 남해군(南海郡)을 설치하면서 제국에 편입됐다. 한(漢)·당(唐)나라 시절에는 해상 실크로드의 출발지로 번성했다. 쇄국정책을 시행한 명(明)·청(淸)도 광저우에 13행(行, 독점 상점)을 설치해 외국인과 교역을 유일하게 허가했다. 당시 제국의 상점이었던 광저우 13행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막대한 부를 쌓아 제국의 금고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한편 하늘 끝을 뜻하는 천애(天涯)는 광저우에 적합한 수식어다. 제국의 변방으로 유배지였던 광저우는 반란의 온상이기도 했다. 근대에 들어서는 천지회(天地會) 반란, 홍수전의 태평천국, 쑨원의 신해혁명, 중국공산당의 기의(起義)까지 각종 혁명의 발원지가 됐다.

 ◆시민들을 위한 열 가지 선물 보따리=베이징과 상하이를 제외하고 국제적인 이벤트를 개최하는 도시는 광저우가 처음이다. 왕양(汪洋·55) 광둥성 당서기는 아시안 게임 성공을 디딤돌로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광저우 시민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준비했다.

 우선 11월 1일부터 장애인 아시안게임이 끝나는 12월 21일까지 휴일을 제외하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서비스한다. 개막식이 열리는 12일과 폐막식 전일인 26일, 장애인 게임 개막일인 12월 13일 3일을 공식 공휴일로 지정했다. 또 시민들에게 추첨을 통해 개·폐막식 및 경기장 입장권, 각종 문화공연장, 영화관, 각종 전시회 티켓 155만여 장을 배포할 예정이다.

개막식이 열리는 주말인 12~14일과 12월 12~13일 5일간 광저우 시내 유명 관광지 입장료를 20~50% 할인하며 15만 명에게 1일 시티투어 티켓을 배포키로 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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