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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오픈 인터뷰] 기업이 건강에 대한 투자 나서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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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영국 앵글로아메리칸의 신시아 캐럴 CEO(오른쪽)와 일본 다케다제약의 하세가와 야스치카 사장이 10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 아카디아홀에서 열린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최고경영자(CEO)오픈 인터뷰에서 ‘개발도상국의 의료접근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 서밋 개도국 의료확대 분과를 맡은 신시아 캐럴(53) 영국 앵글로아메리칸 최고경영자(CEO)와 하세가와 야스치카(64) 일본 다케다제약 사장은 10일 공동 인터뷰에서 “건강에 대한 투자에 기업이 나서야 한다. 정부만 믿고 있을 순 없다. 직원 헬스케어는 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개도국 의료 분과에서 “글로벌 의료 문제를 G20의 영구의제로 포함해야 한다는 건의를 G20 정부에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 기업들엔 한 해 100만 달러씩 최소 3년간 글로벌 의료 시스템 개선에 투자할 것을 권고할 방침이다.

 자원 개발 회사인 앵글로아메리칸은 직원 95%가 광산이 있는 개발도상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80년대 중반 남아프리카에 있는 광산의 직원들 사이에서 처음 에이즈를 목격했다. 캐럴 CEO는 “10여 년에 걸쳐 각종 예방조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프리카 정부도 폭증하는 에이즈 환자에 속수무책이었다”고 털어놓았다. 2000년 기준 남아프리카에 근무하는 인력의 25%가 에이즈 환자였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캐럴 CEO는 “정부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기엔 상황이 너무 나빠 결국 우리가 먼저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이 회사는 2002년 전 직원에게 무상으로 에이즈 치료를 해주기로 결정했다. 매달 직원 한 명당 들어가는 에이즈 치료 비용은 126달러 선. 하지만 ▶근무 사기가 높아지고 ▶이직률이 낮아지며 ▶결근이 줄어들어 결국 한 달에 한 명당 93달러의 이익을 보는 셈이라는 것이 캐럴 CEO의 분석이다.

 캐럴 CEO는 “흔히 헬스케어나 의료에 대한 투자는 경영에 대한 부담으로 인식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업들의 의료부문 투자를 막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최고 경영진의 이해 부족”이라고 말했다.

캐럴 CEO는 “개발도상국은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의 소비자, 공급업체, 생산업체, 원자재가 있는 곳”이라며 “이들 국민의 건강은 기업들이 앞으로 20~30년간 안정적인 성장을 하는 데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하세가와 사장은 “성과와 매출에 신경 쓰는 제약업계 특성상 개도국에 대한 의료 투자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케다는 다소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비용 대비 효과를 강조하는 유엔글로벌임팩트(UNGC)나 국제백신연합(GAVI) 같은 곳에 기금을 지원하는 방법이다. 다케다는 10년간 1000만 달러를 이런 기구들을 통해 개도국 의료 발전에 지원하는 ‘다케다 이니셔티브’를 올해 시작했다. 하세가와 사장은 “직접투자나 지원하기 힘든 기업들의 경우 이런 방법이 효과적”이라며 “개도국 의료발전, 글로벌 의료발전은 정부와 민간 부문의 공동 이익에 부합된다”고 강조했다.

최지영 기자

◆하세가와 야스치카=와세다대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70년 다케다에 입사했다. 2008년 미국 항암제 개발사 밀레니엄 파마슈티컬 88억 달러 인수 등을 지휘했다. 아시아 최대, 세계 15위권 제약회사인 다케다는 1781년 다케다 조베이가 세운 약국에서 출발한 세계 최장수 기업 중 하나다.

◆신시아 캐럴=2004년 영국 자원개발 업체인 앵글로아메리칸에 합류해 2007년 CEO 자리에 올랐다. 앵글로아메리칸은 세계 최대의 플래티늄 생산 회사(전 세계 생산량 중 40%)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로 유명한 드비어스의 1대 주주(45%)다. 캐럴 사장은 지난해 포브스 세계에서 가장 강한 여인 랭킹 4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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