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 … 전임 시장에게 “손실 물어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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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남 나주시가 전임 시장이 추진했던 부실 사업의 손실금 회수를 위해 구상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화훼생산단지 추진 과정에서 국고보조금을 부당하게 지급했다가 낙마한 신정훈(46) 전 나주시장이 대상이다. 자치단체장의 행정 행위에 대해 자치단체가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나주시 홍경섭 부시장은 “감사원에 국·시비 보조금의 손실분을 회수하기 위해 구상액(권) 범위에 대한 판단을 내려주도록 요구했다”고 9일 밝혔다. 또 신 전 시장과 이모(44·5급)씨 등 관련 공무원 4명의 재산 조회와 함께 가압류 처분도 했다. 구상액 범위가 확정되면 이를 근거로 추징 절차를 밟기 위해서다.

 나주시는 2006년 공산면 신곡리 3만9000㎡(1만2000평)에 대규모 화훼단지를 조성했다. N화훼영농조합법인이 출자한 12억여원 외에 국·시비 지원금 12억3000만원이 들어갔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신 전 시장은 (사업 성공을 위한) 재원 조달 능력이 없고 부지를 확보하지도 못한 조합법인에 2004년 5월 3억800여만원과 2006년 2월 9억2300여만원 등 두 차례에 걸쳐 국고 보조금, 시 지원금을 부당 지급한 혐의(배임·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2007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지원금 지급이 의도된 불법행위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 법원은 “잘못된 정책 판단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1차 보조금 지급에 따른 법률적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규정을 위반해 9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는 바람에 국가와 나주시에 손해를 안겼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줬다.

 김경진 변호사는 “횡령·비리 사건도 아닌 단체장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금을 보상하라는 것은 적극적인 행정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나주=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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