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폭행에… '노예계약'에… 불거지는 삐에로의 비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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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로의 웃음 뒤에 감춰져 왔던 '비애'가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인가.

개그계의 양대 산맥으로 우뚝 서며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을 선도했던 '웃찾사'(SBS.웃음을 찾는 사람들)와 '개콘'(KBS2.개그콘서트)가 공교롭게도 동시에 위기에 직면했다.

개콘은 선배 개그맨의 후배 폭행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웃찾사는 간판 개그맨들이 소속사 대표에게 '노예 계약'의 해지를 요구하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두 사건 모두 민.형사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이어서 프로그램 제작에도 차질을 빚게 할 가능성이 크다.

개콘의 '깜빡 홈쇼핑' 코너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개그맨 김진철(25)씨는 후배 개그맨 김지환(29) 씨 등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구속여부는 11일 오후에 결정된다.

김지환 씨는 "김진철씨가 규율을 핑계로 다분히 사적인 감정으로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고, 김진철 씨는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희극인실에는 선후배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기강)이 있는데, 이번 사건은 이러한 점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병원에 입원중인 김지환 씨는 논란을 빚고 있는 '복부의 멍' 에 대해 "지방제거 주사자국이 아니다. 무차별적인 구타 후 각목이 부러지면서 생긴 상처다. 지방제거 수술은 들어본 적도 없다. 사실 무근이다"라며 "지금도 합의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폭행 경위는 경찰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이번 폭행 사건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맨들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는 분석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그동안 쉬쉬 해왔던 개그맨 선후배 간의 '군기 폭행'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표면화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적어도 신세대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믿었는데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일단 KBS는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김진철 씨를 출연 정지시키고 후속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김씨의 구속으로 인해 당장 11일 예정됐던 개콘의 인기 코너 '깜빡 홈쇼핑'의 녹화가 무산되는 등 프로그램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한편 개콘의 경쟁 프로그램인 '웃찾사'에 출연중인 윤택.정만호.김형인.이종규.김태현.김신영 등 스마일매니아(대표 박승대) 소속 개그맨 14명은 10일 소속사와의 이중 계약에 대한 해지를 요구하며, 변호사를 선임해 소속사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SBSi와 스마일 매니아 3자간 매니지먼트 계약을 한 이들은 지난해 가을 개편을 앞두고 소속사 스마일매니아가 이중 계약을 연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계약 자체가 개그맨들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고, 소속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됐다"며 스마일매니아 측의 합당한 답변이 없을 경우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11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개그의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부당함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 부당한 계약의 해지를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스마일매니아의 박승대 대표도 이날 오후 4시 서울 대학로 박승대홀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SBS는 프로그램 제작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인기코너 '화상고'의 메인인 김기욱의 무릎 부상에 이어 터져나온 연이은 악재에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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