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권력이동 … 한국 18 →16위, 중국 6 →3위 발언권 세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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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스칸 IMF 총재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참 대단한 영어를 구사했군.”

 지난해 9월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코뮈니케)을 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혀를 찼다. 코뮈니케에는 IMF 쿼터 5% 이상을 ‘역동적 신흥개도국’으로 이전한다는 표현과 함께 쿼터를 ‘과다대표국’에서 ‘과소대표국’으로 이전한다는 표현이 병기됐다. G20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영어 원어민에게 물어보면 ‘이건 영어가 아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호한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피츠버그 회의에선 올해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를 정했고, G20을 세계 경제협력을 위한 최상위의 포럼(premier forum)으로 제도화했으며, IMF 쿼터 개혁에 합의했다. 하지만 IMF 쿼터 이전 문제에 대해선 각국이 국익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붙었다. 총론에 합의하고도 각론에서 깨질 위험이 다분했다. 올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도 IMF 개혁은 진전이 없었다. 토론토 회의 이후 한국은 IMF 쿼터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정조준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IMF 개혁과제는 시한이 정해져 있고, 목표가 수치로 제시돼 있는 등 상징성이 큰 만큼 G20 신뢰성 차원에서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G20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지난달 8일 열린 IMF 연차총회에서도 성과가 없자 한국이 IMF와 함께 마지막 중재안을 제시했다. ‘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 등 브릭스 국가가 IMF 지분 톱 10에 들어가고 중국이 3위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10월 말 경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한국 중재안을 둘러싸고 미국-유럽과 선진국-브릭스 간에 막판까지 혈투를 벌인 끝에 대타협에 성공했다.

 IMF는 5일(현지시간) 집행이사회를 열어 쿼터 이전에 대한 경주 합의내용을 의결했다. 장장 9시간에 걸친 유례 없는 대토론 끝에 나온 결정이었다. 이번 결정은 187개 회원국들이 참여한 전체 총회에서 승인을 받고 각국 의회에 동의절차를 거쳐 확정·시행된다.

 한국의 쿼터 순위는 18위에서 16위로 두 계단 뛰어오른다. 지분율이 1.41%에서 1.8%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분담 규모도 53억 달러(34억 SDR)에서 135억 달러(86억 SDR)로 늘어난다. 1SDR(특별인출권·IMF가 사용하는 가상의 국제통화)은 약 1.58달러다. 중국은 6위에서 3위로 올라서게 됐다. 인도·브라질도 처음 10위 안에 들어 ‘브릭스(BRICs)’ 4개국이 모두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다. 특히 브라질은 14위에서 10위로 4계단이나 뛰었다. 이와 달리 캐나다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분율이 줄어 10위권 밖으로 밀리게 됐다. 중국의 부상으로 독일·프랑스·영국은 지분율이 감소하면서 순위가 각각 1계단씩 내려간다.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이날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결정은 65년 IMF 역사에서 역사적인 일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는 세계경제에서 신흥·개발도상국의 역할을 인정하는 최대 규모의 영향력 이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회원국의 (IMF 지분) 순위는 실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순위”라고 강조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서울=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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