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관계 변화의 바람 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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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정(勞政) 관계에 변화가 감지된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으로부터다. 양당은 상대적으로 노동계에 우호적인 세력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15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또다시 강경파의 봉쇄로 무산된 것과 관련,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수위도 높았다.

열린우리당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노동정책 담당)은 15일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민주노총은 극소수 극좌적 맹동주의자들과 결별해야 한다"며 "한 줌도 안 되는 극좌파에 의해 나락에 떨어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비난했다. 임채정 의장은 1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노동운동이 폭력으로 점철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노동운동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대화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성명을 통해 "(강경파의) 폭력행위는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고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가세했다. 이런 가운데 민노당에선 창당 후 처음으로 기업인들과 만나 기업살리기 방안을 모색하는 등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여당, 왜 강경파 공격하나=여권은 국가 선진화 방안으로 사회적 협약을 강조해 왔다. 그 협약 중 가장 중요한 분야가 노사정 대화다. 여당은 현 상황에서 민노총의 노사정 협의회 복귀를 막고 있는 세력이 강경파라고 보고 있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당내에서 진보적인 성향으로 평가받는 이목희 위원장은 "노동계가 일부 강경파들에게 발목이 잡혀 국민으로부터 완전히 외면받고 있다"며 "국민의 지지를 못 받는 운동은 반드시 실패한다"고 단언했다. 임채정 의장도 "여당이 주장하는 사회적 협약을 달성하기 위해 노동운동이 정상적 궤도에 올라와야 한다"며 노사정 협의회 참여를 촉구했다.

◆기업과 첫 만남 갖는 민노당=민노당은 '사장님'들과 만난다. 민노당 심상정.조승수.단병호 의원은 17일 사이버뱅크 조영선 사장 등 벤처기업인 11명과 간담회를 연다. 기업주들이 고충을 털어놓고 의원들이 듣는 자리다. 민노당 의원단이 경영자와 공식적으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노당은 4월까지 중소 제조업 대표.여성기업인과의 모임도 예정돼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노동 문제의 해법이 기업의 경영 환경 개선과 맞물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도 비정규직을 많이 채용하는 중소기업이 먹고살 수 있어야 풀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민노당이 대화의 방향을 노동계 일방에서 쌍방향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심상정 의원은 "민노당은 결코 반(反)기업 정당이 아니다"면서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강화시켜 고용 창출로 이어지도록 돕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기업주와 대화하면서 정책 지원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민노당의 이 같은 변화가 민노당의 모태가 된 민주노총과 일정 거리를 두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당 관계자는 "노동계를 대변하는 것만으로는 대중 정당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당의 시각을 다양화하려는 시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신용호.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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