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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대, 기계만 보지 말고 흐름을 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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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한 최고경영자(CEO) 모임에 갔더니 ‘소셜네트워크’와 ‘스마트폰’이 단연 화두였다. 그러고 보니 참석자 모두 스마트폰을 갖고 있었다. 그중 한 분이 “홍보팀에선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도 내놓자고 하는데 어쩌면 좋겠느냐”고 자문을 구했다. 알고 싶어도 배울 곳이 마땅치 않다는 하소연도 했다. 또 다른 모임은 학구적 성격이 강했는데, 거기서 만난 어떤 분은 “나는 트위터 안 한다. 거기서 오가는 대화를 보니 쓸데없는 내용이 많더라. ‘어디 와서 뭘 먹고 있다’는 얘기를 내가 왜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은 책 읽고 사색하는 게 더 좋다고 했다.

 ‘페이스북’ 창업기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 ‘소셜네트워크’가 대성공할 만큼 소셜네트워크는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개념이 되었다. 또한 스마트폰은 올해 가장 많이 회자된 인기 단어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앞서의 경우처럼 극명하게 나누어져 있다.

 우리는 문명의 이기가 나올 때마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PC 시절엔 ‘컴맹’ 콤플렉스가 있었고,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도 그러했다. 문제는 새로운 정보기술(IT) 패러다임이 야기하는 본질적 변화보다 도구 자체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IT를 사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 즉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이다. 굳이 하나를 더 들자면 사용자가 느끼는 즐거움이다. 그런 관점에서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는 나와 우리 기업에 어떤 혜택을 주는지, 나아가 어떤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필요하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가 바꾸는 세상의 키워드는 ‘개인화’와 ‘융합’이다. 역사적으로 개인이 지금처럼 강력한 도구와 정보력을 보유한 적이 없었다. 이를 바탕으로 힘의 축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권위, 사업모델, 산업 구조에 전반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정보화란 인간이 컴퓨터에 담긴 정보에 접근하는 과정이었다. 스마트폰은 이러한 인간과 기계 사이의 정보 흐름을 바꾸었다. 기계 속 정보를 찾아가던 것이 과거 모습이라면, 각 개인을 중심으로 지식이 입체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현재이자 미래다. 스마트폰은 인간의 ‘터치’를 감지해 눈과 귀 역할을 한다.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본인은 물론 이를 원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실시간 전달한다. 소셜네트워크는 국경을 뛰어 넘어 인간과 인간이 실시간 소통하고 연결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정보와 지식의 소유자가 누구냐, 거기 어떻게 접근할 것이냐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역사상 최대의 힘의 이동이다.

 개인이 힘을 가지다 보니, 사회 생활 전반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제 IT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소통 범위, 업무 환경을 무한 확장하고 있다. 기술과 인문학, 가정과 직장, IT와 비(非)IT,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 각종 융합이 일어나는 배경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배워서 남을 좇아가는 것이 얼마간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목표 자체가 움직이고 힘은 개인에게 집중되며 사회적 융합이 다양한 양상으로 일어나는 시대다. 이러한 때에 기업이 혁신적 가치와 사업 모델을 창출하려면 다양한 자원과 역량의 결집이 중요하다. 그 성공 여부는 바로 ‘소통’에 달렸다. 내부 직원, 협력사, 고객, 모두가 그 대상이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는 이런 소통을 도와주는 도구들일 뿐이다. 쏟아져 나오는 스마트 기기와 각종 서비스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이를 활용해 소통하는 문화와 혁신적 사업모델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소통의 의지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