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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 건설… 국정 비효율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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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 건설로 국정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신행정수도 후속대책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13일 "한국행정연구원 등과 함께 행정도시 건설로 행정효율이 얼마나 저하되는지 점검해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12년께 국무총리실과 12부를 서울에서 120㎞ 이상 떨어진 곳으로 이전함에 따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거리상의 제약을 극복하고, 필요하다면 국정운영시스템을 바꾸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야 정치권은 모든 행정부처를 옮기는 신행정수도 건설안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무산되자 국회특위에서 주고받기식으로 이전부처와 잔류부처를 정했다.

정치권은 물론 정부도 행정부처 분산 배치로 발생할 수 있는 행정 비효율에 대한 검토나 대책마련을 하지 않아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성옥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한 토론회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하거나 화상회의를 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달나라 여행과 같다"고 비판했다.

◆국회와 행정부처 관계=행정부의 장.차관과 실.국장들은 예산 심의나 법안 심사 때 국회가 있는 서울 여의도를 수시로 들락거린다. 실무자들까지 총출동해 답변자료를 챙겨야 할 때도 많다. 부처가 연기.공주로 옮아가더라도 이 같은 대(對)국회 업무는 오랜 관행이어서 크게 달라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12부와 총리실 공무원들은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하루짜리 서울 출장에 자주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간 정책협의회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정부.여당 정책협의회의 60% 이상이 국회 국무위원실이나 국회귀빈식당에서 열리고 있다. 김찬동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간적 손실과 이동 비용뿐 아니라 이로 인한 국정의 품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며 "연기.공주에 몰려있는 부처들끼리 미리 절충할 수 있으므로 연기.공주파, 국회파, 서울파 식으로 파벌적 권력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부처간 회의는 어떻게=경제정책조정회의는 경제 관련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책조정을 하는 회의체다. 이 회의는 연기.공주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회의멤버인 13부 장관 중 11부 장관이 연기.공주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남는 멤버인 행정자치부장관, 통상교섭본부장에겐 큰 부담이다.

각종 정책 조정 회의는 대통령 비서실의 수석비서관들의 발언권이 강화되면 서울에서, 경제부처 장관이나 총리에게 힘이 실리면 연기.공주에서 열릴 공산이 크다. 대통령 비서실의 정책기획수석 같은 경우 12부의 장관들을 부르지 못하는 한 자신이 주무장관회의, 경제정책조정회의, 경제장관감담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연기.공주로 잦은 나들이를 해야 한다. 역시 서울에 남는 한국은행 총재나 금융감독위원장이 경제부처와 비공식 협의를 할 때도 경제부처 장관들과 어디서 만나느냐로 신경전을 벌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연기.공주에, 국무총리실은 서울에 각각 분소(分所)를 설치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강정석 혁신변화관리센터소장은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나 경제장관회의를 위해 청와대 분소를 연기.공주에 설치해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무총리실의 정무비서관은 주로 국회 상임위나 여야와의 업무를 담당하므로 서울에 분소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사회비서관도 시민단체가 많은 서울에 분소를 둘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대통령 유고시 직무대행권자 중 서열 3위까지(국무총리, 재정경제부 장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멀리 떨어져 있어 국정의 계속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무총리와 12부 장관은 대통령과의 대면 접촉 기회가 줄어들고 비상 사태가 발생할 때 공간적 제약으로 한자리에 신속히 모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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