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치료-선 수행 '나를 다스리기' 닮은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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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최근들어 불교의 선·명상 등이 갖고있는 고유한 내면적 특성이 정신분석·정신치료의 관심으로 등장했다. 사진은 서울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수행 중인 외국인 스님들. [중앙포토]

종교적 기도와 명상·수행을 하는 사람들의 뇌와 마음 속에서는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특히 화두를 붙들고 존재와 삶에 대해 궁구하는 불교 선 수행자의 내면은 어떤 메카니즘일까? 의문은 계속된다. 불교에서 완벽한 깨달음이라고 하는 견성(見性)을 정신분석학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까?

확답은 어렵다. 그러나 신경정신과 의사들은 '어느 정도는 설명가능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선 수행을 진행해온 스님들도 자신의 경험을 기꺼이 연구와 임상을 위해 털어놓는 변화도 진행 중이다. '선 수행과 정신치료'를 주제로 한 한국정신치료학회 세미나가 열리는 오는 26일 오후 서울대 치과병원이 그 자리다. 임상의들이 종범 스님(중앙승가대 총장) 등과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벌인다.

이 자리에서는 정창용 한국정신치료학회 이사장의 사회로 정신과 의사, 스님 등 4명이 서구 정신분석학의 최근 흐름과 선 수행경험을 번갈아 발표하며 '정보 공유'를 한다. '선 수행과 정신치료의 비교'를 주제로 한 발제는 박병탁(대구 박병탁신경정신과의원장)씨가 하며, 실제 선수행의 경험사례 발표는 현웅(서울 육조사 선원장).지운(대구 용연사 주지)스님과, 수행과 임상을 함께 해온 현직의사 전형수(전형수신경정신과의원장)씨 3명이 맡는다.

박병탁씨 발제논문에 따르면 선 수행에 대한 정신과 의사들의 관심은 정신분석학 학문 성격의 변화 때문이다. 서구의 경우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은 인간 심리를 지나치게 병리학적 측면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낡은 것으로 비판 받고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행태주의 심리학(생쥐 등 동물들의 행태를 통해 인간 행동을 연구)도 마찬가지다.

박씨는 "요즘 웰빙 사회의 새 트렌드는 '마음=병리학적 분석대상''인간 마음=동물 행태'라는 등식을 내던지고 대신 '인본주의 심리학'쪽이다. 즉 긍정적이고 정상적 상태의 내면 혹은 높은 경지에 도달한 내면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관심이 '무아(無我) 심리학'으로 정착했다는 것이다. 'transpersonal psychology'의 번역어인 이 말은 20년전 '초개인 심리학''초월자아 심리학' 등으로 통용돼 왔다가 최근 무아심리학이란 학술용어로 자리잡았다.

현웅 스님은 "선수행의 깨달음이란 정신치료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명상과 좌선이란 자기 삶을 지배해온 원인을 깊게 통찰해 궁극적으로 삶의 고통을 덜고 자기실현을 하자는 것인데, 그 점에서 목표는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치료에서 발병원인이 되는 것을 '핵심감정'이라고 지칭하고 있고, 불교의 간화선에서는 그것을 화두를 통해 뚫어버리는 접근방식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모임은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오랜 축적이 필요하다면서, 그 경우 산 중과 재가(在家), 즉 승속(僧俗)의 구분까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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