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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날개 돋힌(?)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9면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전기장판·난로·전기방석 등과 같은 난방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매우 잘 팔린다’고 표현할 때 ‘날개 돋히다’ ‘날개 돋치다’ 어느 표현을 써야 할까.

 “난방용품이 지난해 동기 대비 50% 이상 신장된 판매율을 보이며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가고 있다”에서처럼 ‘날개 돋힌 듯’이란 표현을 쓰기 쉽지만 ‘날개 돋친 듯’이 맞는 말이다.

 속에서 생긴 것이 겉으로 나오거나 나타날 때 “나뭇가지에서 싹이 돋았다”에서와 같이 ‘돋다’는 표현을 쓴다. ‘돋히다’는 ‘돋다’의 피동형 표현이라 생각하기 쉽다. 흔히 ‘잡다/잡히다’ ‘먹다/먹히다’ 등에서와 같이 ‘-히’를 붙여 피동형 표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돋다’는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타동사가 아니라 동사가 나타내는 작용이 주어에만 미치는 자동사이므로 ‘-히-’를 붙여 피동으로 만들 수 없다.

 ‘돋치다’는 ‘돋다’의 피동 표현이 아니라 ‘돋다’에 ‘강조’의 뜻을 더하는 접사 ‘-치-’(예:넘치다/밀치다/솟구치다)가 붙어 이루어진 낱말로, ‘돋아서 내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가시 돋힌 듯’이 아니라 ‘가시 돋친 듯’이라고 해야 한다. ‘가시 돋힌 말’도 마찬가지로 ‘가시 돋친 말’로 바꾸어야 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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