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 패밀리' 발명대회 단골 수상 대전 배준영씨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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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가족 발명 회의"를 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배준영씨 가족. 이들은 매주 한두 차례 모여 발명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김방현 기자

"우리 가족 5명 모두 발명가입니다. 생활의 불편한 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해요."

일요일인 지난 6일 오전 10시 대전시 서구 탄방동의 배준영(46.대덕전자기계공고)교사집 거실.

배 교사와 부인 강선옥(44.대전 봉산중 교사)씨, 딸 은경(18.고3).혜은(16.고1)양, 아들 형진(14.중2)군 등 일가족 5명이 탁자 주변에 둘러앉았다. 주말과 휴일을 이용, 한두 차례 여는 '가족 발명회의'시간이다.

먼저 배 교사가 "주방 가스레인지 후드의 철망이 고정돼 있어 그을음을 제거하기 어려운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라고 안건을 꺼냈다.

잠시 후 은경양이 "철망 탈착이 쉽도록 설계하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나머지 가족은 "그거 참 좋은 아이디어"라며 "설계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자"고 말했다. 가족들은 다음달 열리는 대전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 이 아이디어로 발명품을 만들어 출품키로 했다.

배씨 가족은 '발명'이 생활이다. 3남매는 초등학교 때부터 국내에서 열린 크고 작은 발명 대회에 참가, 45차례나 상을 받았다.

은경양이 20회로 가장 많고 형진 13회, 혜은 12회 등이다. 은경양은 특허 및 실용신안을 3건 출원했다. 은경양이 특허출원(지난해 7월)한 작품은 '하수구 뚜껑'. 길거리 하수구 뚜껑이 담배꽁초.오물 등으로 막혀 청소하기 힘든 점에 착안, 뚜껑을 상하로 움직일 수 있게 고안했다. 뚜껑을 위로 들어올리면 이물질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화학담당 교사인 강씨는 여성발명대회에 나가 두 차례 입상했다. 지난해 11월 특허정보원이 주관한 여성발명경진대회에서 '점퍼 등 옷에 있는 지퍼를 쉽게 올리는 장치'로 동상을 받았다.

배 교사는 교사생활을 한 81년부터 지금까지 3개 고교에서 발명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해왔다. 학생 가운데 9명을 발명특기자로 육성, 대학에 진학시켰다. 2000년부터는 특허청으로부터 전국 발명촉진순회강사로 선정돼 전국 초.중.고교에서 50여 차례 발명 관련 강연을 했다.

이들 가족이 발명가 가족이 된 것은 발명에 대해 관심이 많은 배씨 부부가 창의력 향상에 발명이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자녀에게 틈틈이 발명을 위한 사고를 할 것을 주문한다. 생활용품 사용시 불편한 점 10개 찾기, 생활용품 다른 용도로 활용해보기 등의 과제를 낸다. 물리적 현상을 보면 항상 "왜 그런지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가족들은 항상 '발명노트'를 갖고 다니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각 메모한다. 또 일주일에 한두 차례 온 가족이 발명회의를 열고 지혜를 모아 발명품을 개발해 낸다.

배 교사는 "가족이 밥 먹을 때도 대화 주제는 주로 발명"이라며 "젓가락부터 밥그릇까지 모두 발명 대상"이라고 말했다. 3남매는 "에디슨 같은 세계적인 발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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