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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인식 '오류율 0%'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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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하루 7만 명이 이용하는 공항에 신분 확인용으로 지문인식시스템을 설치했다면 몇 명이나 신분을 잘못 판단할까. 1400명쯤 된다. 지문이 문드러졌거나 양손이 잘린 장애인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굴과 음성으로 신분을 파악한다면 어떨까. 각각 1만500명이나 신분을 잘못 판단할 만큼 정확도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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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신분 확인용으로 급속하게 보급되고 있는 생체인식시스템의 정확도에 대한 현실이다. 신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잃어버릴 일이 없으며, 사람마다 그 특성이 고유하다는 점 때문에 각광받고 있지만 이처럼 정확도에 문제가 있다.

과학기술자들은 최근 들어 두 가지 이상의 인체 특징을 신분 확인용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를 테면 지문과 얼굴, 얼굴과 음성, 음성과 입술 움직임 등 두 가지 이상의 인체 정보를 동시에 활용, 신분을 확인해 정확도를 높이자는 전략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생체인식기술연구팀 문기영 팀장은 "금융이나 출입국 관리 등 높은 보안성을 요구하는 분야에서는 그 정확도가 생명"이라며 "한 가지의 인체 특성만으로는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 두 가지 이상을 사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신분 확인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요 인체 특징은 지문, 얼굴, 얼굴의 열 분포도, 손모양, 손등의 혈관, 눈동자, 걸음걸이,음성, 서명, 코 등이다. 이 중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정확도가 높은 것은 지문으로 오류율이 2.07%다. 그러나 음성은 88%, 얼굴 91%, 눈 80%, 코 77%, 입 83% 등으로 정확도가 낮다. 문 팀장은 두 가지 이상의 인체 특징을 활용하면 정확도가 98% 이상으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경우 손등 혈관과 지문 등 두 가지 인체 특성으로 신분을 파악하는 다중생체인식시스템을 지난해 개발해 기술을 산업체에 이전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본인의 손등 혈관과 지문을 내장한 IC카드를 이용한다. IC카드를 인식시스템에 집어넣으면 시스템은 지문과 손등을 차례로 시스템에 댈 것을 요구하고, IC카드에 저장돼 있는 것과 동일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신분을 파악한다. 이는 인체 정보를 중앙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신분 확인 때 사용하는 방식에 비해 개인의 인체 정보가 새나갈 염려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시스템을 조만간 출입국관리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외국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은 인체정보가 저장된 IC카드로 신분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출입국신고서 작성을 면제하는 등 무인출입국 심사 서비스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두 가지 이상의 인체 정보를 이용한 신분 확인 시스템은 미국.영국.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거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27개 비자면제대상국 국민은 지문과 얼굴을 담은 여권을 소지하도록 하고 있다. 미 국가안전부의 경우 육로로 출입하는 외국인들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역시 지문과 얼굴 정보를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영국은 지문과 얼굴.손바닥 형태를 인식해 범죄자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올 6월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싱가포르도 지문과 얼굴을 함께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 운용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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