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태광그룹 2인자’ 오용일 부회장 소환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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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6일 오용일(60·사진) 태광산업 부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오 부회장을 불러 비자금 관련 조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오 부회장은 35년간 태광그룹에서 근무하며 자금과장과 경영지원실장 등을 지냈다. 그룹 전체 재무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고, 이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6월 태광산업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계열사인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티브로드홀딩스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검찰은 흥국생명 전무, 흥국화재 대표이사 등을 지낸 오 부회장이 이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관련 내용을 집중 추궁했다. 또 이 회장이 아들 현준(16)군에게 경영권을 상속하기 위해 태광그룹 계열사 주식을 이 회장 부자가 100% 지분을 가진 비상장 계열사에 헐값에 매각하는 데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티브로드홀딩스가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 측에 부당 이득을 안겨준 것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선애(82) 태광그룹 상무가 관리하던 은행 대여금고 2곳을 압수수색한 결과 비자금 관련 기록 등 중요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금고 안에 보관 중이던 내용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이 비자금 주도적 관리” 의혹도=흥국생명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는 이날 “1997∼2000년께 흥국생명이 이 회장 소유 돈을 예금증서(CD) 형태로 넘겨받아 차명보험 가입 등을 주도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 관계자는 “현금이 아닌 CD로 보험 납입을 할 수 없는 만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태광그룹 측은 이날 “큐릭스 인수 과정에서 (군인공제회의 매도 금액과 태광 측의 매수금액의 차액으로) 의혹이 제기됐던 220억원은 원재연 전 큐릭스 사장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태광 측은 “방송통신위원회의 큐릭스 인수 승인이 미뤄지면서 원 사장과의 계약이 무효화돼 이를 해결하기 위해 220억원을 추가 지급했다”고 말했다.

 정선언·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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