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단에도‘상생’? … 7만 명 시간강사 처우, 문제는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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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사통위)가 25일 대학 시간강사를 고등교육법상 ‘교원’으로 인정하는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일명 ‘보따리장수’로 불리는 시간강사들의 처우가 개선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5월 조선대의 한 시간강사가 열악한 처우 등을 비관해 자살하면서 이들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전국 7만여 명의 시간강사들은 전국 대학 교양과목의 51%, 전공과목의 36%를 맡는다. 하지만 이들 중 88%는 학기별로 계약을 한다. 그만큼 고용이 불안하다. 시간당 강의료도 평균 3만5000원으로 전임강사의 4분의 1 수준이다. 주 9시간 기준 평균연봉(1012만원)은 도시 근로자 최저생계비(1600만원, 올해 4인 가족 기준)에도 못 미친다. 4대 보험 가입률도 국민연금 6%, 건강보험 2.6%, 고용보험 50.4%, 산재보험 72.6% 등에 불과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올 6월 기간제 강의 전담교수제를 도입해 일부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개선안을 내놨다. 하지만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모든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고, 전임교원과 같은 대우를 해달라”며 반대했다. 사통위는 이날 교과부 안을 보강한 법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실제 혜택은=시간강사들이 모두 전임교원 같은 신분보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사통위는 “채용 조건, 신분 보장, 복무 등 교원으로서의 지위와 신분의 본질적 부분에 대해서는 교과부에서 법률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가 추진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르면 제14조의 ‘교원’에 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강사 외에 ‘강사’가 추가된다. 여기서 말하는 강사는 1년 이상 강의나 연구를 담당하는 이를 가리킨다. 개정 법령 시행 이후 대학 측과 1년 이상 강의 계약을 맺는 이들만 교원 자격이 주어지는 셈이다.

 교원 자격을 얻게 되면 어떤 점이 달라질까.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교육공무원의 범주에 교원을 포함하고 있다. 사립대 교원에게도 국립대처럼 이 법이 준용된다. 하지만 교과부 관계자는 “새로 고등교육법에 포함되는 강사가 모두 교육공무원이 되는 게 아니다”며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무원이 받는 혜택 일부를 적용받는 체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공무원법상 교육공무원에게는 형의 선고·징계처분 없이 휴직이나 면직 처분을 할 수 없고, 권고사직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시간강사에서 교원으로 신분이 바뀔 이들에게는 이 같은 적용은 안 될 것이라는 게 교과부 설명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원 자격을 갖게 되는 시간강사들에게는 인사위원회 동의를 거치는 등 공개전형에 의한 채용과 투명한 재임용 절차, 현행범이 아니면 학교장 동의 없이 학교에서 체포되지 않을 권리 정도가 추가된다”고 말했다.

 ◆예산이 문제=시간강사 연봉을 국립대는 전임강사의 절반 수준인 2200만원가량으로 높이고, 사립대는 강사 연구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사통위는 밝혔다. 4대 보험료 중 대학 측 부담분에 대한 지원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국립대 시간강사 시간당 강의료를 1만원가량 올릴 예산이 확보돼 있을 뿐 나머지 예산은 교과부가 국회와 추가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립대 시간강사에 대한 보조비 지급 예산도 내년분이 확보되지 않으면 2012년부터 지원하겠다고 사통위가 밝힐 정도다. 이에 따라 시간강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립대 시간강사들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일 전망이다. 사립대는 당장 학생 등록금을 인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간강사의 임금을 올려주기 위한 재원마련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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