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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웰빙식탁 ⑫ 감동젓무·귤물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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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김장철이다. 과거에 김장은 겨울 대비를 위한 일상사였다.

1920대 초 일본인이 저술한 『조선의 제』라는 책엔 “가을 끝에 1년치의 김치를 담그기 때문에 집집마다 항아리를 사거나 배추를 사는 등 소란스럽다. 김치는 대단한 특징과 미미(美味)가 있어 조선인은 코를 높여 자랑한다”고 기술돼 있다.

김치(배추김치)는 우리 국민이 쌀(백미, 1인당 하루 평균 섭취량 183.2g) 다음으로 많이 먹는 음식이다.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하루에 평균 79.4g(남성 95.6g, 여성 63.1g)을 섭취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1인당 하루 평균 섭취량이 300~400g에 달했던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김치에 대한 애정이 식고 있다는 것. 특히 어린이·청소년·여성의 김치 홀대가 심하다.

이달의 웰빙 식탁엔 김치 2종을 올린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떡카페 『질시루』에서 윤숙자 소장과 함께 감동젓무와 귤물김치를 만들어 봤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담백하게 담근 서울·경기 김치 … 해물 많이 넣어

“김장은 조선 아낙네와 떠날 수 없는 인연을 가진 풍물 음식이다. 아무리 다른 반찬이 좋아도 김치가 상 위에 안 놓이면 어딘가 그 밥상은 쓸쓸해지고 입맛이 잘 돌지 않는다. (중략) 아무리 가난한 집에 살아도 김장 때만 되면 꼭 김장을 하고야 만다. 옷을 못 입고 밥을 굶을지언정 남 다하는 김장을 안 하고는 못 산다.”

 해방 직후 여성 작가 모윤숙이 ‘부인신보’에 기고한 ‘김치 유감’이란 칼럼의 한 대목이다. 김장을 담는 가정이 점차 줄어가는 요즘과는 판이한 광경이다.

  김치 하면 대개 배추김치를 떠올린다. 배추김치는 한국인 김치 섭취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같은 배추김치라도 지역마다 사용하는 양념의 종류와 양이 달라 각기 이름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영·호남 등 남부지방에서 담그는 김치는 짜고 양념을 많이 해 맛이 진하다. 북쪽으로 갈수록 담백해진다. 강원·함경 등 해안지방에선 해물·젓갈을 많이 사용한다.

 서울·경기 지방의 김치는 짜지도, 싱겁지도 않다. 새우젓·조기젓·황석어젓 등 담백한 젓국을 즐겨 쓰는데 감동젓무는 감동젓(곤쟁이젓)을 넣어 만든 서울 지방의 대표적인 깍두기 김치다. 옛날 부잣집에선 새해 인사로 정월에 이 김치를 단지에 담아 선물로 보냈다. 해물 등 부재료를 많이 넣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윤 소장은 “감동젓은 아주 작은 새우로 담근 젓갈”이며 “너무 묽지 않으면서 분홍빛이 약간 돌거나 연한 벽돌색이 나는 것이 싱싱하고 맛이 좋다”고 조언했다.

 귤물김치는 귤의 주산지인 제주도에서 유래했다. 과거 한양에서 지체 높으신 분들만 이 김치를 맛볼 수 있었다.

 윤 소장은 “귤 향기가 향긋한 물김치”로 “귤에 풍부한 비타민 C가 겨울에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여 체온이 내려가는 것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또 피로 회복을 돕고 자극적이지 않아 아이들도 잘 먹는다.

김치의 매력은 신선·발효미·영양

김치의 3대 매력은 소금에 절인 채소지만 생 채소 같은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 기막힌 발효미·탄산미가 있다는 것, 각종 영양이 골고루 들어 있다는 것이다. 김치를 매끼 먹어도 질리지 않아 하는 것은 발효식품 특유의 감칠 맛 때문이다. 김치 감칠 맛의 비밀은 젓갈에 있다. 김치가 잘 익으면 감칠 맛과 코끝을 톡 쏘는 탄산미가 최고조에 달한다. 탄산미는 김치가 익는 과정에서 생기는 탄산의 맛이다. 우리 선조는 이 맛을 보전하기 위해 숨을 쉬는 옹기에 김치를 보관했다. 여름엔 석정(石井)에, 겨울엔 땅속에 묻어 맛을 오래 유지시켰다.

 우리 선조에게 김장 김치는 채소·과일 섭취가 힘들었던 겨울에 거의 유일한 비타민 공급 식품이었다.

 순천대 한약자원학과 박종철 교수는 “김치는 주재료인 배추·무외에 고춧가루·마늘·파·생강 등 향신료(양념), 젓갈(액)·물엿 등 조미료, 미나리·갓·콩잎·부추·초피나무 잎·참죽나무 잎 등 다양한 부재료가 들어가는 종합식품”이라고 소개했다.

유산균·식이섬유·캡사이신 ‘3대 웰빙성분’

유산균·식이섬유·캡사이신은 김치의 대표적인 건강성분이다.

 이 중 유산균은 주재료인 배추의 잎 사이에 자연적으로 존재한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과정에서 부패균은 죽고 유산균은 살아남는다. 유산균은 잘 익은 김치일수록 더 많이 들어 있다(1g당 1억 마리). 김치의 유산균은 살아있는 생균이다. 요구르트의 유산균과 마찬가지로 정장·항암 효과를 지닌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는 “정장 효과란 대장에 사는 수많은 세균 가운데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유익균의 증식을 돕는 것”이며 “김치를 먹으면 유익균인 김치 유산균(락토바실러스·류코노스톡)의 수는 증가하고 대장균 수는 약간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김치에서 군내가 나기 시작하면 유산균보다는 잡균이 대세를 장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김치는 다른 용도로 돌리는 것이 현명하다.

 김치의 식이섬유는 ‘변비 예방약’이다. 캡사이신은 부재료인 고춧가루의 매운맛 성분으로 체지방의 분해·연소를 촉진한다. 김치의 다이어트 효과는 식이섬유와 캡사이신 덕분으로 추정된다.

김치의 건강기능성

● 식욕 촉진

● 다이어트에 유익(체중 감량 효과)

● 변비·대장암 예방

● 살아있는 유산균 풍부

● 콜레스테롤 감소·동맥경화 예방

● 항산화 효과(노화 억제·피부 노화 억제)

● 암 예방 효과

● 면역 증강 효과

※자료: 부산대 김치연구소

“인돌·유황·비타민 항암효과 있을 것”

김치는 암 예방을 돕는 식품이다. 아직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에선 암 예방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동물실험에선 간암 등 여러 암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김치 재료·양념 등에 함유된 미지의 성분이 발암물질을 무독화하거나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한 결과로 보인다.

 김치의 암 예방성분으로 유력시되는 것은 인돌 등 5가지다.

 인돌은 배추·무·순무·브로콜리·케일 등 십자화과 채소가 분해·절단·조리되는 과정에서 생긴다. 아이소사이오사이아네이트(배추에 함유)는 동물실험에서 폐암 등 다양한 암을 억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늘에 든 유황성분, 식이섬유, 일부 비타민(베타카로틴·비타민 C)도 배추의 암 예방성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치의 암 예방효과는 5가지 후보들의 합작품이기 쉽다.

 김치사업단의 세균·세포 등을 이용한 연구(시험관 내 실험)에서 일반배추보다 유기농 배추(비타민·엽록소 더 많이 함유), 짠 고염김치보다 저염김치, 일반 소금을 넣어 만든 김치보다 죽염으로 제조한 김치의 암 예방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재료인 마늘을 두 배 넣거나 고춧가루·마늘의 양을 함께 늘리면 암 예방 효과가 더 높아졌다.

레시피

감동젓무

◇감동젓무

재료: 배추 1통, 굵은 소금 1/2컵, 무 1개, 배 2개, 오이 2개, 밤 10개, 잣 2큰술, 미나리 100g, 실파 100g, 마늘 2.5통, 생강 60g, 생굴 1/2컵, 낙지 1마리, 전복 1마리, 북어 1마리, 감동젓(곤쟁이 젓) 100g, 고춧가루 1컵, 설탕 2큰술, 고운소금 2큰술, 실고추 2g

만드는 법

①중간 정도 크기에 잎이 얇은 배추를 고른 뒤 뿌리 쪽을 가르고 잘 씻는다

②굵은 소금을 넣은 물에 배추를 절였다가 건져 물기를 뺀 뒤 3㎝ 길이로 썰어 놓는다

③무와 배는 껍질을 벗겨 가로 2㎝, 세로 2.5㎝, 두께 0.3㎝로 썰어서 설탕물에 잠시 재워 둔다

④오이는 무와 같은 크기로 썰고 밤은 껍질을 벗겨 굵은 채로 썰며 잣은 고깔을 떼어 놓는다

⑤미나리와 실파는 다듬고 씻어서 3㎝ 길이로 썰고 마늘·생강은 곱게 다진다

⑥생굴은 짜지 않은 소금물에 씻어 건지고 낙지와 전복은 소금으로 문질러 씻은 후 낙지는 3㎝ 길이로 썰고 전복은 같은 길이로 얇게 저민다

⑦북어는 물에 불려서 껍질을 벗겨 길이로 2등분한 뒤 2㎝ 길이로 토막 낸다

⑧감동젓에 고춧가루를 넣어 불려놓고 준비한 재료를 넣고 고루 버무린 후 생굴·실고추·밤·잣을 넣고 살살 버무린다

⑨고운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항아리에 꼭꼭 눌러 담는다

⑩김치 버무린 그릇에 약간의 물과 고운 소금을 넣고 양념 국물을 만들어 부은 뒤 절인 배추 우거지를 덮어 익힌다

귤물김치

◇귤물 김치

재료: 귤 10개, 배추 5 잎, 무 300g, 미나리 50g, 마늘 1/2통, 생강 15g(생강즙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물 10컵, 고운 소금 2큰술, 설탕 적당량

만드는 법

①귤은 깨끗이 씻어 겉껍질을 벗기고 속껍질을 다듬어 벗긴 뒤 알알이 떼어 놓는다

②배추와 무는 깨끗이 씻어 가로 4㎝, 세로 3㎝ 정도로 나박 썰기를 한 뒤 소금·설탕에 살짝 절여 물기를 빼 놓는다

③미나리는 4㎝ 길이로 썰고 마늘은 채 썰어 놓으며 생강은 즙을 내어 놓는다

④그릇에 준비해 놓은 ①②③ 재료를 모두 섞고 버무린 뒤 항아리에 담는다

⑤배추·무 절인 국물에 미나리를 넣고 고운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춘 뒤 항아리에 붓고 익힌다

자료=(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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