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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도전~3D 입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89호 02면

영화 ‘아바타’ 이후 3D 입체에 대한 관심이 확 늘었습니다. 그런데 세계 최초의 3D 입체 애니메이션은 누가 만들었는지 혹시 아세요?
바로 재미교포 스티브 한(한국명 한상호) 감독입니다. 그가 1985년 선보인 ‘스타체이서’는 미국 개봉 당시 1000여 개 극장에서 매표수익 450만 달러(약 50억원)를 기록하며 기네스 북에 올랐죠. 하지만 배급사의 갑작스러운 부도로 빛을 보지 못한 ‘비운의 걸작’이기도 합니다.

2006년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공로상 수상을 위해 귀국한 한 감독을 인터뷰한 기억이 납니다. 영화 ‘스타워즈’의 성공에서 SF의 가능성을 보았고, 남들과 차별화를 위해 3D 입체로 만들게 됐다고 하더군요.하지만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각도를 각각 계산해 한 장 한 장 그려야 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그런 작품을 더 이상 상영할 수 없게 됐을 때의 심정은 또 어땠을까요. 그래도 그는 “모든 젊음을 바쳤기에 후회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위해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가 돼야 한다”는 말로 한국의 젊은 후배들을 격려했습니다.

한국 최초의 3D 입체 에로 영화를 표방한 ‘나탈리’의 언론시사회가 끝난 21일 오후 저는 스티브 한 감독이 남긴 말을 곱씹었습니다. “3D 입체란 것은 하나의 방법일 뿐이고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다. 재미가 없으면 안 된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요. 스토리·연기·연출·편집 어느 하나 완성도 있다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몰입이 어려우니 ‘섬세한 사랑의 숨결까지 입체화한다’는 성애 장면에도 어느새 심드렁해졌습니다.

‘콘텐트는 소비자의 마음을 뺏어야 한다’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제1원칙. 이번에는 아무래도 시간만 뺏긴 것 같았습니다.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들이 좀 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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