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배추값 폭락도 4대 강 탓이라고 말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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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배추값이 폭락하고 있다. 고랭지 배추의 작황 부진으로 급등했던 배추값이 보름 만에 4분의 1 내지 5분의 1로 내려앉았다. 한때 효자 노릇을 하던 중국산 배추는 골칫덩이가 됐다. 7만5000포기를 수입하기로 계약한 홈플러스는 2만 포기밖에 못 팔았다고 한다. 곳곳에서 중국산 배추를 처리하지 못해 골치를 앓고 있다.

 문제는 농민들의 사정을 제대로 파악해 돕기는커녕 정쟁(政爭)의 소재로만 이용하려는 일부 야당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의 태도다. 야당 정치인들은 “4대 강 사업으로 채소밭의 5.69%가 감소되고, 시설 채소 면적은 16.4%가 줄어들었다”며 배추 파동으로 인한 불만을 4대 강으로 끌어다 붙였다. 그러나 4대 강 둔치에서 재배되는 배추 재배 면적은 전체의 0.3%에 불과하다고 한다.

 굳이 이런 통계를 들먹이지 않아도 최근의 상황을 보면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견강부회(牽强附會)의 억지 논리인지는 분명하다. 출하 초기 가격폭등 현상을 보인 고랭지 배추는 4대 강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해발 400m 이상에서 재배된다. 현장을 한번만 가보면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억지 주장을 거두지 않고 정치적 공세를 계속했다.

 채소는 수급에 민감한 품목이다. 고랭지 작황을 보아가며 남부의 채소농가는 파종 면적을 정한다. 그러다 보니 올해는 정작 4대 강 근처에서 재배되는 월동 물량이 예년보다 15%가량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이 물량이 본격 출하되면 중국산 배추까지 겹쳐 폭락할 우려까지 있다. 고랭지의 기상 상황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것을 4대 강에 연결함으로써 남부 채소농가의 판단만 흐려놓은 꼴이다.

 이로 인해 배추 가격이 폭락해 갈아엎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이렇게 물량이 늘어난 것도 4대 강 때문이라고 할 것인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취임 직후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국민이 잘살게 하는 반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농민이 잘살기를 바란다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잘못된 시민단체의 주장은 걸러서 수용하는 절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