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들 기업대출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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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해외의 사모투자펀드가 인수한 은행들이 공공성을 외면하고 기업대출을 크게 줄인 것으로 지적됐다. 청와대 경제보좌관실이 최근 작성한 '투기성 외국자본 유입의 영향과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다.

이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의 전체 대출 중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4년간 27.6%포인트(1999년 74.3%→2003년 46.7%) 줄었다.

반면 가계대출은 28.9%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중 국내 은행들도 기업대출을 줄였지만 감소 폭은 18.3%포인트(73.5%→55.2%)였고, 가계대출은 19.5%포인트 증가했다.

보고서는 또 사모투자펀드나 헤지펀드 같은 투기성 외국자본이 투자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기 위한 무리한 감원과 핵심자산 매각, 고액배당 등으로 국부유출 논란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자본이 경영에 간섭하거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국내 기업들도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단기실적 위주로 보수적인 경영을 하게 됐고, 경영권 방어에 치중하느라 투자도 위축됐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그러나 투기성 자본의 폐해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므로 규제를 강화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투자자본을 조기에 회수하려는 것이 경제논리상 타당하다는 점을 전면 부인하기 어렵고, 지난해 말 증권거래법을 개정해 적대적 M&A 등에 대한 보호장치도 상당히 보완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규제를 하면 국내 증시의 큰손으로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해외 장기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고, 새로운 경영권 보호장치를 도입할 경우 재벌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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