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작년 638억 적자 경영책임 간과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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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의 대규모 적자가 정치.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지난달 25일 KBS의 결산안을 심의했던 이사회가 "경영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고 결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KBS가 28일 국회 문광위에 제출한 '2004년 결산 이사회 심의 권고사항'을 통해 드러났다. KBS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638억원의 적자를 냈다.


KBS 정연주 사장이 28일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이사회는 '…권고사항'에서 "수입 부족에 따른 예산대책을 강구토록 요구한 바 있고 상반기 이전 상당폭의 적자가 예상돼 긴축운영 계획을 수립했음에도 큰 폭의 적자를 낸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한 경영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도 특단의 경영조치가 없는 한 적자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며 여섯 가지 구체적 권고안을 제시했다.

권고안은 우선 앞으로 목표 달성이 가능한 예산을 수립하고 신상필벌의 책임경영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또 예산의 편성.집행관리.사후분석이 가능하도록 효율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고, 수지전망과 대책을 분기별로 이사회에 보고하게 했다. 시장성 없는 부실증권의 적극적인 매각방안도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KBS의 한 이사는 "이사 모두가 상황의 심각성에 뜻을 모으고 유례없이 강한 경영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BS 정연주 사장은 28일 국회 문광위에서 "앞으로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토털리뷰(total review)제'를 실시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 사장의 이런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경영부실을 질타하면서 사퇴를 요구했다. 의원들은 "지난해 감사원의 특별감사 이후에도 KBS의 방만한 경영이 나아진 게 없다"며 정 사장의 책임론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최구식 의원은 "638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용의가 있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정 사장은 "사퇴할 생각은 없다"며 "적자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푸는 게 우선"이라고 답변했다.

같은 당 박형준 의원은 이사회 권고내용을 들어 재차 정 사장을 공격했다. 그는 "KBS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의 권고는 상당히 강제력이 있는 것"이라며 "어떤 방법으로 책임을 질 것이냐"고 추궁했다. 심재철 의원도 "적자를 핑계로 수신료를 인상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광고시장이 개선되지 않는 한 KBS의 적자구조를 개선하기 어렵다"며 수신료 인상 불가피론을 폈다.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은 "시민사회 일각에서 KBS 내부개혁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도 있지만 KBS의 개혁은 수신료 제도 개혁에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도 "KBS가 공영방송이다 보니 광고수주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소영.이상복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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