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태광 비자금 ‘키맨’ 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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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태광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그룹 차원의 비자금 관리에 관여하고, 관련 장부를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진 이모(63)씨를 18일 전격 소환해 조사했다.

이씨 소환으로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씨는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이사의 친척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태광산업 부산공장과 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에서 각각 감사로 있다가 3년 전부터 그룹 소유의 부산 가야동 골프연습센터의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는 태광그룹 창업주인 고 이임용 회장 때부터 자금을 관리해 온 것으로 의심되며, 이 때문에 오너 일가의 비자금 내역 전반을 알 수 있는 인물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골프연습센터와 이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비자금 조성 및 사용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문건에는 그룹 차원의 이권사업 등과 관련해 로비를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의 명단들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에 관련된 적이 없으며, 자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 구체적인 로비 명단을 확보했다는 주장은 성급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은 서울지방국세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태광그룹과 관련한 세무조사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 일가가 상속·증여세를 포탈했다는 의혹에 관한 제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압수수색 절차를 밟은 것은 세무조사에 의혹이 있어서가 아니라 세무자료는 법적으로 임의 제출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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